서울 을지로 세운 청계 상가에서 서쪽으로 입정동쪽을 바라본 모습. 철거가 진행 중인 구역에 가림막이 쳐 있다. 열린책들 제공

도시의 풍경은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축약본이다. 도시 곳곳에는 당대 시대상황과 사회적 분위기, 주거 문화와 삶의 방식 등이 녹아 들어있다. 사회경제 발전과 함께 도시는 시시때때로 변화해왔다. 책은 서울과 경기 일대에 사라지고 있는 근ㆍ현대의 공간을 살핀다. 2002년부터 태어나 자라고, 살고 있는 서울을 중심으로 답사를 시작한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의 ‘서울 선언’에 이은 두 번째 답사 이야기다. 전편과 같은 맥락이지만, 서울의 범위가 경기로 더 확장됐다.

저자는 행정구역 상의 서울뿐 아니라 경기 지역까지 포괄해 ‘대서울’이라고 명명한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해하려면 서울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인근 지역을 함께 봐야 하기 때문이다. 경계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야,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일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서울 강남 개포동 빈민촌인 달터 마을과 마을 뒷편에 높이 올라선 고층 건물이 대조적이다. 열린책들 제공

역사를 쫓는 그의 발걸음은 익히 유명한 고궁이나 문화유적에 있지 않다. 재개발이 예정된 빈민촌, 성매매 집결지, 낙후된 산업시설 등 우리 가까이 있지만, 애써 외면하는 공간을 향한다. 이들 공간에는 역사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있지만 개발 논리와 이해관계에 의해 쉽게 지워진다. 대표적인 곳은 재개발이 추진 중인 을지로. 좁고 가는 골목길과 그 틈새에 촘촘하게 들어선 건물들이 인상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을지로는 19세기 말 일본인들이 주로 살면서 그 형태가 갖춰졌다. 현재 국내 최초의 종합전자상가인 세운상가를 제외한 20세기 전기에 마련된 일식가옥 등은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저자는 “세운상가는 지난 100여년 동안 조성된 을지로에 비해 더욱 보존할 가치가 있는 걸까요?”라고 묻는다.

오늘날 강남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를 말하지만, 최초의 강남은 영등포였다는 점도 흥미롭다. 강남을 말하는 ‘영동’도 ‘영등포의 동쪽’에서 유래했다. 1960년대 영동 개발이 시작되면서 강남은 농촌의 흔적을 걷어내고 서울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강남에 있던 비닐하우스 농업지대, 빈민촌은 주민간의 날카로운 갈등과 마찰을 일으키며 경기 외곽, 경계 지역으로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 저자는 “혐오시설을 외곽으로 밀어내어 청결하고, 가난한 자들을 외곽으로 밀어내어 계급적으로 균질해진 서울 특별시가 만들어졌다”고 꼬집는다.

갈등도시

김시덕 지음

열린책들ㆍ512쪽ㆍ2만원

사라질 위기의 역사적 공간에 대한 진한 안타까움을 드러내지만 저자는 도시 개발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취사선별이 필요하다. 재개발과 국가정책에 의해 내몰리기 전까지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서민의 문화와 역사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데 대한 문제제기다. 그는 “자취를 감춘 조선 왕조 시대의 유적을 복원하려고 근ㆍ현대 서울 시민들의 유산을 헐어도 된다는 사고방식에 반대한다”라며 “모두 재개발해 고층 빌딩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서울 시민은 역사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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