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투’ 가해 지목 감독 작품 추천’… OTT에 사용자 항의 메일 
 ‘정준영 데뷔 9년’ 배너 노출 멜론 뭇매… 자동화 기대지 말고 점검해야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이 지난달 30일 음악 추천 서비스 ‘포유’ 섹션에 정준영 데뷔 9년 음악을 소개해 비판을 받았다. 멜론 캡처

‘ ‘미투(#MeToo)에 연루된 감독 작품을 왜 자꾸 추천하나요?’ 국내 서비스 중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OTT) A사엔 이런 내용이 담긴 항의 메일이 최근 적잖게 왔다.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 추천 목록에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의 작품이 포함된 탓이다.

업체엔 비상이 걸렸다. 사용자들이 기존에 봤던 콘텐츠 등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기술로 큐레이션(작품 추천)을 하는 게 OTT의 주요 강점 중 하나인데 이와 관련한 사용자 불만이 제기돼서다. A사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거쳐 사용자가 문제를 제기한 감독을 추천 목록에서 빼기로 했다"라고 귀띔했다. 해외 감독 중에선 2000년 ‘어둠 속의 댄서’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라스 폰 트리에가 주연배우였던 비요크로부터 ‘미투’ 가해자로 지목 받았다. 2002년 ‘피아니스트’로 같은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로만 폴란스키도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넷플릭스 사용자인 김모(28)씨는 “한일 관계가 안 좋은 상황에서 일본의 성인용 비디오 제작자로 유명한 무라니시 도루 감독의 일대기를 담은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8월 공개)가 추천작으로 떠 불편했다”라고 말했다.

큐레이션은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 속에서 축적된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뭘 이용할까’ 고민하는 사용자의 피로도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혁신적 서비스로 주목받았다. 경쟁적으로 큐레이션 서비스 강화에 앞장서 온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업체들은 최근 ‘큐레이션 사고’라는 생각지도 않은 암초를 만났다. 대부분이 관리 소홀로 인한 부작용이라 비판이 거세다. 자동화에만 기대지 말고 수작업을 통한 적극적인 점검을 해 2차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은 지난달 30일 황당한 큐레이션 사고를 냈다. 음악 추천 서비스 ‘포유’ 섹션에 ‘정준영 데뷔 앨범 9주년 기념 믹스’란 창을 띄웠다. 정준영이 2010년 9월 30일 낸 1집 ‘록 트립’ 발매에 맞춰 ‘돛단배’ ‘허’ 등 그가 그간 낸 노래를 선곡해 서비스하는 추천 목록이었다. 정준영은 ‘버닝썬 사태’ 와중에 불법 영상 촬영 및 유포 등의 혐의로 입건돼 재판을 받고 있다. 포유는 정준영의 노래를 청취한 이력 등이 있는 청취자에 제공되는 서비스지만, 사회적 물의를 빚어 연예계 은퇴까지 발표한 가수의 특별 코너를 만들고 노출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선제적으로 모든 걸 관리를 하지 못했더라도 추후 모니터링을 통해 논란이 있는 가수를 큐레이션에서 뺐어야 했다”라며 “멜론 등의 사례는 자동 추천의 한계를 보여준다”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멜론은 “사회적 물의를 빚은 아티스트를 추천 서비스에서 제외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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