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뒤에 어떤 미래를 바라느냐는 설문 조사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미세먼지 없는 세상이라고 했고, 두번째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 살고 싶다고 했다. 지금의 계절을 우리가 바꿀 수는 없지만 30년 뒤에 가을이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드디어 가을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27도를 넘나드는 여름 날씨였다. 절기상 가을의 시작인 춘분(9월 23일)은 한참 지났지만, 기온으로 체감하는 가을은 지난 주말부터 시작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을을 제일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가을이라고 했다. 이유는 다양하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시원하다. 미세먼지가 없고 산책이나 운동하기 좋다. 여행하기가 좋다. 풍성한 결실의 계절이고 먹거리가 많다. 단풍도 좋고 축제가 많다.”

그러나 올가을은 힘든 계절로 기억될 것이다. 연이은 태풍과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많은 사람이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다. 기상청 관측 이래 처음으로 9월에 발생한 태풍이 3개나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태풍 ‘링링’과 ‘타파’ ‘미탁’에 이어, 올해 들어 가장 강력한 태풍이 될 것이라는 ‘하기비스’가 지금 북상하고 있다. 수확기에 불어 닥치는 가을 태풍은 여름 태풍에 비해 그 피해가 크다. 246명의 인명 피해와 5조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냈던 태풍 루사도, 131명의 인명 피해와 4조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발생시킨 태풍 매미도 모두 가을 태풍이었다.

문제는 이처럼 힘든 가을이 올해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가을 태풍이 늘어난 것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주요 원인이다. 과거에는 9월 이후가 되면 해수의 온도가 낮아져서 태풍이 가을에 한반도로 올라오기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수온이 떨어지지 않아 태풍이 북상하기 쉬워졌다. 지구 온난화는 지속되고 있고, 가을 태풍은 더 많아지고 강력해질 것이다.

기상청에서는 기상학적 가을을 일평균 온도가 20도 미만으로 떨어진 후에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로 정하고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올해 서울에서는 10월 5일이 가을의 시작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1980년부터 2010년까지 30년 동안의 평균적인 가을의 시작일은 9월 19일이었다. 거의 보름이나 늦게 가을 날씨가 시작된 것이다. 남한에서는 다행히 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의 시작이 늦어져서 아직 가을이 크게 짧아지지 않았지만, 북한에서는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을의 시작은 늦어지고 겨울의 시작은 큰 변화가 없다. 자강도의 경우 최근 10년 사이에 가을이 일주일정도 줄었다고 한다.

30년 뒤 한반도의 가을은 어떻게 될까? 현재 추세대로라면 우리가 그동안 좋아했던 가을의 모습은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10대 20대들에게 가을은 어렸을 때 몇 번 느껴보았던 추억 속에만 있는 계절이 될 수 있다. 9월과 10월에 연이은 태풍이 몰아치다가 바로 혹한으로 이어지는 가을 없는 날들을 더 많이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가을이 사라진다는 것은 일년 전체가 사람 살기 힘든 기후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30년 뒤에 어떤 미래를 바라느냐는 설문 조사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미세먼지 없는 세상이라고 했고, 두번째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 살고 싶다고 했다.

계절 길이의 변화가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문제는 지금 아무리 우리가 노력해도 당분간 계절 길이의 변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계절은 과거 수십 년 동안의 인간 활동의 결과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계절을 우리가 바꿀 수는 없지만 30년 뒤에 가을이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 청년들이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처럼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 약속을 모든 나라가 잘 이행하고, IPCC가 제안한 것처럼 2050년까지 탄소 제로 사회를 위해 모두가 노력한다면, 사라져가는 가을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과 산업계와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미래를 말하려면 기후 위기에 대한 행동을 먼저 보여야 한다.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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