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지역에 대한 터키의 침공을 묵인하면서, 그동안 미군을 도와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의 선봉에 섰던 쿠르드족 민병대가 버림받는 처지에 내몰리게 됐다. 미 백악관은 6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터키가 가까운 시일 내 시리아 북부에서 군사작전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미군은 이에 지원도, 개입도 안 할 것”이라고 밝혔다.
APㆍ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이같이 발표하면서 쿠르드 민병대의 앞날에 관해선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전화 통화를 갖고 시리아 북동부 사태를 논의했으며, 내달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쿠르드족은 터키와 시리아, 이라크 국경 일대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으로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는 지난 2014년부터 미군과 동맹을 맺고 사실상 미군 대신 IS 무장 세력들과의 지상 전투에서 선봉에 서 왔다. 그러나 터키 정부는 YPG를 터키 내 분리주의 테러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시리아 분파로 여기고, 최대 안보 위협 세력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쿠르드족 보호를 위해 터키의 침공을 막아 왔다. 그러나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IS 완전 격퇴’를 선언하는 등 더 이상 YPG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 되자, 결국 터키의 공격 계획을 승인한 셈이 됐다. 지난해 12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주둔 미군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가, 쿠르드족을 터키의 공격에 방치하는 것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 국방장관이 이에 항의해 사임할 정도였다.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했던 미군은 이미 터키 접경지대에서 철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YPG가 주축을 이루는 시리아민주군(SDF)은 이날 성명에서 “미군이 시리아 북동부의 터키 국경지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시리아인권관측소도 “미군이 시리아 북동부의 요충지인 라스 알-아인과 탈 아브야드에서 철수했다”고 확인했다.
SDF는 성명에서 “터키군의 침공은 쿠르드가 주도해 IS를 격퇴한 시간을 되돌리고, 생존한 IS 지도자들을 다시 활동하게 할 것”이라며 “터키의 군사작전이 IS 부활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터키 역시 YPG 소탕 의지를 명확히 밝혔다. 이날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트위터에서 “이 지역(시리아 북동부)에서 테러리스트를 제거하여 터키의 안보를 보장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터키군은 YPG를 몰아내기 위한 작전 준비를 마쳤다. 군사 작전은 언제든 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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