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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직격탄… 한국 수출 감소율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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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직격탄… 한국 수출 감소율 1위

입력
2019.10.07 04:40
수정
2019.10.07 07: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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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월 -8.94%, 뒤이어 홍콩ㆍ獨ㆍ日… “내년 2% 성장도 힘들 듯” 비관론

세계 10대 수출국의 수출액 및 증감률. 그래픽=강준구 기자
세계 10대 수출국의 수출액 및 증감률. 그래픽=강준구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전세계 주요 수출국들의 수출이 줄줄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한국의 수출 감소율이 세계 10대 수출국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예측 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달아 하향조정하는 데 이어,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 안 좋을 거란 비관론도 갈수록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이 수출 타격 가장 컸다

6일 세계무역기구(WTO)의 주요국 월별 수출액 통계를 바탕으로 세계 10대 수출국의 올해 7월까지 누계 수출액을 비교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한국의 수출 감소율은 8.94%를 기록해 10개국 가운데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이어 홍콩(-6.74%)과 독일(-5.49%), 일본(-5.03%) 등이 큰 폭의 수출 감소율을 나타냈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불확실성이 증폭된 영국(-4.92%)도 타격이 컸다. WTO는 올해 세계 상품교역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1.2%로 낮췄는데, 이는 최근 10년 새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이 같은 교역 및 수출 감소 현상의 직접적인 배경은 미ㆍ중 무역분쟁이다. 여기에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단가가 저공비행을 하는 영향도 있지만, 특히 비슷한 수출 환경에서 한국의 충격이 가장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율은 -17%를 기록했다.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한국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을 줄인 영향도 있지만, 같은 기간 중국의 수출액은 오히려 약 0.6% 늘었다.

이를 두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2020년 국내외 경제 이슈’ 보고서에서 “중국이 산업 고도화로 부품 자체 조달 능력을 확보하면서 사실상 수출이 대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또 이런 이유로 “향후 중국 경기가 개선되더라도 한국 수출의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내년 2% 성장도 어려울 것”

교역 둔화와 불확실성 확대는 전세계 제조업의 수축으로 연결되고 있다. 국제투자은행(IB) JP모건과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이 발표하는 국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9월 49.7을 기록, 5개월 연속으로 50 이하를 나타냈다. 기업 구매 관리자의 경기 전망을 조사해 발표하는 PMI가 50 이하로 떨어지면 제조업 활동이 축소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한 두 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한국 역시 9월 PMI가 48.0을 나타내, 5개월 연속 50 이하를 기록했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9월 제조업 PMI는 47.8로 10년 만의 최저치를 찍었고, 독일(IHS마킷 41.7) 중국(국가통계국 49.8) 역시 줄줄이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IHS마킷 경제학자 조 헤이즈는 “한국의 경우 최근 수출이 일시적 안정세를 보였음에도 신규 수주는 더욱 위축됐다”며 “외부 충격이 내수까지 번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세계적인 제조업 부진은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2% 초반으로 점쳐지는 올해보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더 안 좋아져 아예 2%를 밑돌거란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 이미 LG경제연구원(1.8%), 국가미래연구원(1.9%), 뱅크오브아메리카(1.6%), 모건스탠리(1.7%) 등은 올해보다 내년 성장률을 더 낮게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내년이 올해보다는 낫다고 전망하는 기관들조차 경기 저점을 점치는 시점은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

해외 전문가들도 향후 세계 경제에 대한 낙관을 접는 분위기다. 세계 각국 언론이 경제정책 관련 불안 요소를 언급한 횟수를 통계로 만들어 수치화한 ‘세계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올 8월 기준으로 348.0을 기록, 1997년 기록 이래 최고점에 올랐다.

지난 1일 취임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예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무역 불확실성, 자본 변동성 증폭, 브렉시트와 지정학적 분쟁 등의 위험 요소 때문에 세계 경제가 지속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각국 정부는 성장을 촉진할 공공 투자와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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