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20년 징역후 출소 “억울”
그림 3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5층 회의실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비공개 브리핑에 앞서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56)가 모방범죄로 밝혀져 범인까지 검거됐던 화성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 수사에 대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검거된 범인도 “내 소행이 아니다.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영화 ‘살인의 추억’처럼 무고한 시민을 처벌한 것이 되고, 사실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이씨의 자백 전부가 의심받을 상황이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27일까지 부산교도소에서 이뤄진 이 씨에 대한 4∼7차 대면조사에서 이 씨는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까지 모두 14건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한 주택에서 박모(당시 14세)양이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이미 범인이 검거되고 대법원 유죄판결까지 받은 사건이다.
경찰은 일단 이씨 자백의 신빙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오래되고 왜곡 된 기억으로 자신이 한 것으로 오인했을 수 있다”며 “이씨가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씨 자백의 신빙성이 기각된다면 앞선 진술의 진실성까지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경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씨 자백이 맞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8차 사건은 범인 검거 당시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집안에서 발생하고 피해자의 옷 등으로 목을 조르거나 결박하지 않는 등 범행수법이 달라 경찰은 초기부터 모방범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범행 현장에서 확보한 체모에서 티타늄과 망간, 알루미늄 등의 수치가 높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경찰은 용접공 윤모(22)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하지만 윤씨가 재판과정에서 강력 부인하면서 허술한 범인검거 과정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윤씨는 무기징역이 선고됐다가 20년형으로 감형된 뒤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씨의 진술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경찰 수사는 대혼선에 빠지게 된다. 경찰은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처벌한 과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원=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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