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인 3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원, 보수 기독교단체, 태극기부대 등 범보수 세력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지난 주말 서초동에서 열린 촛불 집회의 맞불 성격이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조국 장관이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검찰 수사를 마비시키려 하고 있다”며 “조국 장관이 물러나야 할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며 ‘문재인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조국 사태’가 초래한 국론 분열과 진영 대결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제도권 정치는 실종 상태다. 사회적 의제를 제도정치 영역이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한 당연한 귀결이다. 공정과 불평등, 세대 문제 등 숱한 이슈가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제도 정치는 이런 균열을 해결하지 못했다. 문제는 정치권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거리 정치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개천절 광화문 집회’에서 한국당은 수십만 명이 운집했던 서초동 촛불집회를 의식해 100만명 이상의 참가자를 동원하겠다는 계획 아래 보수 총동원령을 내렸다. 전국 당협에 참가 인원을 강제 할당했고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과 손잡고 소속 기독교 신자들까지 동원했다.
진보 진영 또한 5일 서초동에서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촛불집회는 정치권이 검찰 개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정치의 사법화’를 초래하는 정치 부재에 대한 분노의 성격도 띠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2일 조국 수사 검사를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고발한 것은 집권당으로서 부적절하고 비상식적인 조치라는 지적이 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미중 무역분쟁과 최악의 한일 관계, 북핵 문제 등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대립과 선동의 거리 정치는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를 더욱 위기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지지층을 선동하는 거리 정치를 접고 속히 국회로 복귀해 제도권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언제까지 ‘조국 사퇴’와 ‘조국 수호’ 구호가 거리를 메우도록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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