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산사태 사고현장, ‘지형’마저 바뀌어
계곡 역할 낮은 지대 위치 주택 등 덮쳐
산정상 예비군훈련장 쪽에서 사태 시작?
“‘꽝’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토사가 산 정상 쪽에서 아래로 밀려 내려와 순식간에 주택 등을 덮쳤습니다.”
3일 오전 9시 5분 산사태가 발생한 부산 사하구 한 공장 뒤편 일대는 매몰된 주택은 지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이 파묻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고, 가건물로 천막인 식당 역시 자취조차 보이지 않았다. 흘러내린 엄청난 토사로 인근 고저 등 지형이 크게 바뀐 모습이었다. 현장주변에는 토사가 내려온 길을 따라 굵은 나무들도 모두 꺾여 있어 밀려온 토사의 힘을 가늠하게 했다. 경찰은 주택과 식당은 지대가 주변보다 낮은 야산 계곡에 해당해 무너진 토사의 통행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사고현장에서 산 정상까지는 500m 정도로 토사는 산정상부터 무너져 밀려 내려오면서 양이 크게 불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는 경찰과 소방, 군부대원 600여명과 포크레인 등 중장비, 구조견 2마리 등을 동원돼 수색ㆍ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량이 워낙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몰된 주택에는 75세 남편과 70세 아내, 48세 아들 등 일가족 3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식당에는 종업원으로 추정되는 60대 여성 직원 1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소방본부 측은 “매몰 주택의 가족 중 한 명이 나머지 가족 3명이 주택에 있었다고 말해 매몰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 역시 현재 매몰된 장소로 주변으로 뜨고 있고 통화는 연결되지 않는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산사태가 발생한 야산 정상에 사하구예비군훈련장이 있었던 점으로 미뤄예비군훈련장에서 일련의 개발행위가 폭우로 약화된 지반을 자극해 산사태 발생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사고수습이 끝나는 대로 사고원인 조사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부산에는 2일부터 공식관측소가 있는 대청동 기준 96.6mm의 비가 내렸으며 사고현장이 있는 사하구 일대는 120mm의 비가 내렸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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