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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강사 양극화 차별적 구조부터 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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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강사 양극화 차별적 구조부터 개혁해야”

입력
2019.10.07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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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문공동체의 위기] 대학 구성원 릴레이 기고 ①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조 수석부지부장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조 수석부지부장

2019년 2학기, 전국의 강사들 7명 중 1명이 대학에서 쫓겨났다. 각 대학들이 강사법을 맞춰줄 만큼 여력이 없다며 강사를 줄인 탓이다. 교수는 강사를 줄이는 대신 강의를 더 맡았다. 생계를 잃은 강사들은 망연자실했고, 선생님을 잃은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강사를 확정하지 못한 채 개강을 맞은 수업도 속출했다.

대학에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던 걸까? 사실 돈이 있어도 강사에게는 쓰지 않았다. 교수와 강사를 포함한 대학 강의진 가운데 34% 정도가 강사인데, 2018년 전체 강의진의 인건비 중 강사의 몫은 고작 6% 정도에 불과했다. 강사와 정교수의 임금 격차는 10배를 넘나든다. 강사법 시행으로 대학이 새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전체 예산의 0.2% 정도에 그쳤지만, 법이 네 번 유예되는 동안에도 대학은 대책은커녕 매번 구조조정만 강행했다.

우리 대학 교원제도의 핵심적 문제는 교수와 시간강사라는 양극화된 교원의 차별적 신분구조에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대학은 평균 연봉 1,000만원 이하의 초저임금으로 강사를 착취해왔고 교수들은 대학과 학계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누려왔다. 이 상황에서 교원 인건비의 6%만 배정받은 강사라는 직종의 처우개선으론 개혁다운 개혁이 불가능하다. 나머지 94%에 해당하는 교원 인건비의 배분, 즉 교원제도 전반의 개혁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차별적 신분구조는 학문의 건전성과 다양성도 해친다. 교수 외에는 불안정한 삶을 살아야 한다면, 다수 연구자들의 목표는 교수임용이 될 수밖에 없다. 차별적 신분은 권위를 만들고 연구자의 자기검열을 조장한다. 임용을 생각하면 권위에 대한 도전보다는 적절한 연구성과가 더욱 중요하다. 학문의 다양성과는 방향이 다르다.

그래도 지금의 강사들이 학문의 다양성을 채워주는 분들인데, 대학에서 밀려난 연구자들이 자기 분야를 포기하게 되면 안 그래도 어려웠던 연구ㆍ교육역량은 더 퇴보한다. 이들에게 대학에서의 안정과 소속을 주고,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사실 학문의 다양성과 상호비판이라는 건전성을 확보하는데도 필요하다.

강사법으로 인해 강사들은 40년 만에 법적 교원지위를 회복하여 학교의 정식 구성원이 되었고 대학에서 교원으로서 동등한 대우를 요구할 선명한 명분이 생겼다. 1년 이상 계약이 의무화되고 3년간 재임용 절차가 보장되며, 교원소청심사권이 생겨서 부당해고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방학 중 임금을 명시하면서 시급제에서 월급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들어섰다. 공개채용 도입으로 채용비리와 교수-강사의 종속성에 제동을 걸었다.

이런 조치들은 ‘비용’을 넘어 대학과 강사 사이의 ‘관계’, 그리고 교수와 강사 사이의 ‘관계’에 변화를 유발한다. 강사의 발언권과 공정한 대우를 요구할 계기인 것이다. 언론과 대학이 침묵하지만 학령인구의 감소만큼이나 중요한 변화도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 교수들의 은퇴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 공공성의 관점에서는 세대가 교체되고, 차별적인 신분구조를 개혁하여 효과적인 고등교육을 수립할 기회다.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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