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회>김재현 공동대표 “동네 주민들을 위한 중고거래와 커뮤니티 서비스로 우뚝 섰죠”
당근마켓은 요즘 네티즌들 표현대로 ‘핫’하게 뜨고 있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다. ‘당신의 근처에 있는 마켓’의 줄임말인 당근마켓이 인기 앱으로 부상한 이유는 이름처럼 동네 위주의 중고거래 때문이다.
중고거래는 굳이 당근마켓이 아니어도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곳이 다른 점은 이용자의 생활공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용자의 집 주변을 중심으로 가까운 동네 사람들끼리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동네 주민 사이에 이뤄지는 거래는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 우선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동네에 살다 보니 멀리 이동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시간과 장소를 손쉽게 정해서 바로 거래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당근마켓은 결제 시스템을 따로 갖고 있지 않다. 현장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뢰도 높다. 돈 떼일 염려도 적고 이웃 주민이어서 서로 낯 붉힐 만한 일을 하지 않는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용 앱을 내려 받아 스마트폰에 설치한 뒤 문자 인증만 받으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이때 거주 지역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해당 동네모임에 소속된다.
◇중고거래부터 동네 품앗이까지 활발
이 같은 장점 때문에 당근마켓에는 중고 물품 뿐 아니라 각종 동네 품앗이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예를 들어 집을 비운 사이에 반려견 산책을 시켜줄 사람을 찾거나 제빵 교실 회원 모집, 조기 축구회 구성원을 찾는 글까지 다양하게 올라온다. 즉 중고거래 장터에 머물지 않고 본격적인 동네 커뮤니티로 자리매김을 했다. 이 점이 당근마켓과 다른 중고거래 사이트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 앱을 개발한 곳은 같은 이름의 신생(스타트업) 기업인 당근마켓(공동대표 김재현, 김용현)이다. 두 사람은 2015년 7월에 당근마켓을 공동 창업했다. 김재현 대표가 개발을 맡고 김용현 대표는 기획과 마케팅 등을 주로 한다. 30일 서울 강남역 부근에 위치한 당근마켓 사무실에서 김재현(41)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형제는 아니다”라며 “둘 다 지역 관련 사업을 하고 싶어 창업을 했다”고 말했다.
원래 김재현 대표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셋톱박스 개발업체에 다니다가 네이버로 이직해서 3년간 검색 개발 등을 담당했다. 이후 쿠폰모아라는 회사를 창업했는데 카카오에서 2012년에 인수하면서 카카오에 합류해 3년간 카카오 플레이스 등을 개발했다. 김용현(42) 대표도 비슷한 시기에 네이버와 카카오를 거쳤고 카카오 플레이스 서비스를 하며 김재현 대표를 만났다.
두 사람은 국내 대형 포털인 카카오와 네이버를 다니며 사업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김 대표는 “네이버와 카카오에는 직원들을 위한 사내 장터 게시판이 있는데 같은 건물에 있는 직원들끼리 거래하니 만나기 쉽고 믿을 수 있어 너무 편했다”며 “이를 동네에 접목한 것이 지금의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도 사업에 녹아 들었다. 김 대표는 “아파트 단지에서 매주 분리수거 할 때 보면 쓸만한 물건들을 너무 쉽게 버려 안타까웠다”며 “환경을 위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계획은 창업과 함께 편리한 앱 개발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2주만에 개발을 마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해 8월 기준으로 650만명”이라고 밝혔다. 월간 순 방문자만 314만명, 월 거래규모는 500억원에 이른다.
김 대표는 중고거래를 넘어 동네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춘 것을 성공 요인으로 보고 있다. 그는 “동네 생활이라는 메뉴에 피아노 레슨을 받고 싶다는 글, 반찬을 각자 만들어 나눠 갖는 반찬모임을 하고 싶다는 등 동네 생활 관련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실제 활동으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동네 기반 커뮤니티가 없다는 것도 당근마켓의 인기에 한 몫 했다. 포털에 번개 장터가 있지만 동네를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며 지역 카페는 상당수 폐쇄적으로 운영돼 접근이 쉽지 않다.
반면 당근마켓은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 등 문턱을 낮췄고 대신 신뢰를 높이기 위해 ‘매너 온도계’라는 독특한 기능을 도입했다. 매너 온도계는 중고장터 이용자들의 평가를 온도로 반영했다. 사람의 체온인 섭씨 36.5도에서 시작해 좋은 평가를 받을 때마다 0.1도씩 올라간다. 김 대표는 “중고장터 구매자들이 판매자의 신뢰도를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라며 “온도가 높은 사람들에게 ‘거래하는 기쁨’ ‘시간은 금’ 등 재미있는 이름의 표찰도 준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다. 김 대표는 “월 130만건의 거래 후기가 올라오는데 3단계로 평가하는 이용자 평가에서 가장 낮은 평가는 월 9,000건에 불과하다”며 “이상한 사람들이 있으면 동네 주민들이 신고하며 악의적으로 이용한 사람에게는 1년간 이용을 정지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와 소상공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동네 광고가 수익 모델
수익 모델은 광고다. 이들은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대신 이용자들의 게시물 사이에 청소, 실내장식, 미용실, 부동산 등 동네 소상공인들의 광고를 노출한다. 김 대표는 “오로지 동네 광고만 받는다”며 “그래서 이용자들도 광고를 정보로 인식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어떤 광고의 경우 이용자들이 문의한 댓글이 70개 이상 올라왔다. 그만큼 실생활과 밀접하다는 뜻이다.
재미있는 것은 광고비 산정 방식이다. 김 대표는 “1원 단위로 계산되는 광고비는 지역별 이용자 숫자에 따라 다르다”며 “이용자가 많은 동네에 노출하면 광고비를 더 받는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몇 백원 단위로 광고비를 집행할 수 있으며 광고 횟수, 노출 기간과 지역 등 필요한 요소들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자동화 돼 있어 간단하게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 그래서 당근마켓은 광고 영업을 위한 인력이 없다.
현재 당근마켓에 노출된 광고는 약 1,600개에 이른다. 주로 대형 포털에 광고를 할 여력이 되지 않는 소상공인들이 이용한다. 그만큼 당근마켓의 동네 기반 광고가 소상공인들과 이용자 모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셈이다. 김 대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이용자들에게 동네에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더 값지다는 생각으로 롱테일 광고를 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김 대표, ”대형 포털이 그대로 베껴 해외에서 서비스…속상하다”
그런데 지난 7월 당근마켓으로서는 속상한 일이 생겼다. 대형 포털인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이 베트남에서 ‘겟잇’이라는 이름의 흡사한 중고거래 앱을 내놓았다. 김 대표는 “메인 화면과 동네인증, 매너 온도계와 매너 평가까지 베꼈다”며 “굉장히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당근마켓은 이를 특화된 서비스로 이겨낼 생각이다. 이미 기술력과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을 인정받아 3회에 걸쳐 48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김 대표는 “인원이 늘어나면 동남아 등 해외 사업을 준비할 예정”이라며 “개발자를 공격적으로 뽑고 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35명의 직원 가운데 22명이 개발자다.
목표는 2년 이내에 1,0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전국의 3,800개 동이 당근마켓으로 묶여 있다”며 “이용자가 늘어나면 좀 더 세분화해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겸 스타트업랩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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