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노래방 집단폭행’ 국민청원, 시작 하루 만에 22만 동의 기록 
 소년법 개정 관련 청원, 2017년 이후 6회 이상…뚜렷한 진척은 없어 
중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방영으로 소년법 개정에 대한 관심이 환기되기도 했다. JTBC 캡처

“나이가 어려도 죄질의 경중을 따져 차등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06년생 집단 폭행 사건’ 청와대 국민청원에 달린 의견이다. 수원의 한 노래방에서 중학생 7명이 초등학생 1명을 집단 폭행한 이 사건은 청원이 시작된 지 단 하루 만에 20만 명이 넘게 동의하며 답변 요건을 달성했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같은 취지로 올라온 청원만 6건이 넘었던 터라 이번 ‘06년생 집단 폭행 사건’ 청원에 청와대가 어떻게 답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06년생 집단 폭행 사건’은 지난 21일 경기 수원시 한 노래방에서 반말을 하는 등 기분을 나쁘게 했다는 이유로 중학생 7명 이상이 초등학생 1명을 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피해 학생이 피를 흘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에 공개되며 사건이 알려졌다. 집단폭행에 분노한 청원인은 “본인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어지는지 그리고 폭행당한 피해자 여학생의 인권을 몰락시킨 것을 깨우치게 해야 한다”며 23일 국민청원을 통해 이 사건을 알렸다. 이 청원은 이튿날인 24일까지 22만 646명이 동의했다.

수원 팔달구의 한 노래방에서 발생한 '06년생 집단 폭행 사건' 가해 학생을 엄벌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시작된 지 하루만인 24일 22만 명 이상으로부터 동의를 얻으며 청와대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또다시 청소년의 범죄 행각에 대한 처벌 강화를 주장한 청원이 등장하자 과거 청와대가 비슷한 취지의 청원에 답변했던 내용도 주목 받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소년법 개정 등 청소년 범죄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자는 요청은 지난 2017년 이후 6차례 넘게 나왔다.

 ◇국민청원 1호 답변 “청소년의 범법 행위 처벌 강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소년의 범죄 행위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는 청원은 2017년 11월 국민청원 답변 1호에서부터 다뤘던 내용이다. 당시 청원자는 학교폭력, 성폭력 등 청소년들의 범죄 행위를 나열하며 “처벌을 보다 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29만 6,330명에게 동의를 받았다. 청원 답변자였던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청소년이라도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고 그 청소년들을 엄벌하라는 국민의 요청은 정당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단순히 처벌 나이를 낮춘다고 해결되는 건 착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소년법에 있는 10가지 보호처분을 활성화, 실질화, 다양화하는 게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미성년 성폭행범 처벌 강화에는 정부도 “적극 협력 계획”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해 6월 미성년자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청소년 가족이 시작한 ‘미성년자 성폭행범 처벌 강화’ 청원에는 무려 35만 4,935명이 동의하며 공분을 표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밝힌 청원자는 “가해자들이 소년원에 있으면서도 2차 가해를 한다”며 소년법 강화는 물론 가해자들이 보다 강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해 7월 ‘관악산 집단 폭행 사건’ 청원도 20만 명이 넘게 참여하며 처벌을 강화하자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이에 답변자로 나선 김상곤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현재의 14세 기준은 1953년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과거에 비해 청소년의 정신적 신체적 성숙도가 현저히 높아졌고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의 연령이 낮아짐에 따라 형사미성년자, 즉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해왔다”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입법부도 관심을 가지고 노력 중이고, 정부도 관련법 개정을 위해 국회와 적극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 개정에는 시간이 걸린다” 답변 되풀이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해 9월과 10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또래 청소년들로부터 집단 폭행과 성폭력, 괴롭힘을 당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소년 사연들이 알려졌다. 유가족들은 “소년법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너무나 불합리하고 억울하다”며 아예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조카라고 밝힌 청원자는 “가해 학생 행동이 어딜 봐서 아이가 저지를 일인가요”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청소년 범죄에 대해 더욱 무거운 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소년법 개정을 바라는 바”라고 강조했다.

김형연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답변으로 “국민들의 답답하신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된다”면서도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법 개정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김 전 법무비서관은 또 “14세 미만 소년의 강력범죄가 계속 늘어나는 현실에서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함께 살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광 여고생 사건’ 청원 6개월 만에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 3월 끝난 '영광 여고생 사건 가해자들 강력 처벌해주세요' 청원은 21만 7,786명으로부터 동의를 얻은 건이다. 10대 남성 청소년들이 여고생에게 술을 먹여 만취하게 한 뒤 성폭행하고 방치해 최고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당시 피해 여고생의 친구들은 국민청원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고, 21만 명 이상이 동의하며 청와대의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이 청원에 청와대 관계자는 “법원 판결 등 사법권 관련 청원으로 청와대가 나서는 건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법 절차에 따라 2심 재판이 진행될 것”이라고만 답변했다. 다만 “정신을 잃도록 고의적으로 술이나 약물을 사용한 뒤, 성폭행하고 이를 촬영하는 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의 대응이 달라지고 있다”며 청원을 제기한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영광 여고생 사건 가해자들 강력 처벌해주세요’ 청원이 끝난 지 6개월 만에 ‘06년생 집단 폭행 사건’ 청원이 등장하면서 소년법 개정 및 청소년의 범죄 처벌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06년생 집단 폭행 사건’의 경우, 경찰은 이례적으로 가해자로 지목된 중학생 7명을 모두 소년분류심사원으로 인계했다. 소년분류심사원은 만 19세 미만의 위탁소년(비행을 저질렀거나 저지를 우려가 있어 소년부 판사가 심사원에 위탁한 소년)이 재판을 받기 전 머무는 일종의 ‘소년 구치소’다. 경찰은 23일 가해 중학생 7명 전원에 대해 법원의 동행영장을 발부받아 소년분류심사원에 신병을 인계했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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