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핀테크 기업과 제휴해 특판 적금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적금 이자에 온라인상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얹어 연 5% 이상의 고금리를 제공하는 효과를 내는 터라 반응이 좋다. 은행권은 핀테크 제휴를 통해 상대방 이용자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저금리로 인한 수익 악화를 타개할 신사업을 모색할 수 있어 적극적이다. 그러나 고객 입장에선 가입 경쟁이 워낙 심하고 가입하더라도 최고 금리 조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은 터라, 자칫 은행에 대한 불신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앞다퉈 핀테크사와 제휴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SK플래닛과 손잡고 SK플래닛의 모바일지갑 앱(시럽월렛)을 통해 가입하는 모바일 신상품 ‘시럽 초달달적금’을 24일 출시했다. 6개월 만기 자유적립식 예금으로 월 최대 2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 이 상품은 우대조건에 따라 최대 연 1.8%의 금리를 제공하고 만기 고객에겐 연 5.2% 상당의 ‘OK캐시백’ 포인트를 지급, 최대 연 7% 상당의 이자를 제공한다. 다음달 29일까지 매주 화요일(총 6차례) 오전 11시부터 시럽월렛을 통해 선착순 판매(매회 5,000명)하는데, 판매 첫날인 24일엔 10분도 안돼 매진됐다.
SC제일은행와 간편금융 플랫폼 페이코(PAYCO)도 24일 페이코 앱을 통해 연 5% 금리에 상당하는 이자와 포인트를 주는 1년 만기 정기적금 특판(선착순 1만명)을 실시했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연 1.6%)에 더해, 제일은행 첫 거래나 페이코 간편결제 이용 등의 조건을 충족할 경우 연 3.4% 이자에 상응하는 페이코 포인트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핀테크 마케팅 빌려 고객 확장
은행들이 핀테크 기업과의 제휴에 적극적인 이유는 고객 유치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은행권 정기적금 금리(7월 기준 1.96%)가 연 2%에 못 미치는 저금리 상황에서, 이자와 포인트를 합쳐 연 5~7% 상당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은행보다 ‘한 수 위’인 핀테크 기업의 고객 타깃팅 기술에 의존하면 홍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A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기업은 데이터나 시스템 활용능력이 뛰어나 어느 시점에 어느 채널로 고객을 공략해야 하는지를 잘 안다”며 “이들과 제휴하면 상품 마케팅효과를 5~10배가량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과 핀테크 기업 모두 제휴를 통해 위험부담은 줄이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B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상품을 통해 제휴사 고객을 은행 고객으로 흡수한 뒤 다른 상품 가입을 유도할 수 있다”며 “핀테크 기업도 자사에서 활용도가 높은 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C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추세 심화로 예대마진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은행들에겐 핀테크 제휴 사업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칫 은행 신뢰도 떨어뜨릴 수도”
하지만 고객 입장에선 제휴 상품들이 ‘빛 좋은 개살구’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수익률이 시중금리보다 높다지만 확정금리가 아닌 데다가, 제시된 최고 금리에 가까운 혜택을 보려면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월 납입액이 제한돼 적금 본연의 ‘목돈 마련’ 기능이 떨어지는 점, 온라인 선착순 판매로 가입자를 모집하다보니 수많은 탈락자를 양산하는 점도 소비자 불만 요인이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지난 7월 100억원 한도로 판매한 연 5% 금리 특판 정기예금이 1초도 안돼 마감되자 가입 실패에 분노한 소비자들이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을 올리는 등 후폭풍이 상당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특판 은행과 처음 거래하는 고객은 해당 은행의 수시입출금 계좌를 개설해야 특판 가입이 가능한데, 계좌 개설에 애를 먹거나 가입 경쟁에서 탈락할 경우 오히려 ‘미끼 상술에 당했다’는 불신감이 들게 되고 이로 인해 은행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