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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돈타령만” 툰베리의 외침, 외면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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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돈타령만” 툰베리의 외침, 외면한 트럼프

입력
2019.09.24 18:00
수정
2019.09.24 18:4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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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출신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운데)가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굳은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스웨덴 출신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운데)가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굳은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스웨덴 출신 10대 환경운동가로 노벨평화상 후보까지 오른 그레타 툰베리가 23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세계 정상들의 책임을 추궁하며 과감한 쓴소리를 날렸다. 이에 반해 평소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깜짝 등장으로 주목을 끌었지만 탄소배출 문제에 대한 대책 제시 없이 금방 자리를 떠 빈축을 샀다. 툰베리는 책임감 없는 말만 쏟아낸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뒤에서 물끄러미 지켜봤다.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마련된 국제무대에 선 아이와 어른, 그리고 시민과 지도자는 그렇게 대비됐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조우할 것으로 예상됐던 툰베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상반된 모습을 자세히 전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젊은이, 그리고 가장 비친환경적인 정치인의 만남은 그러나 이뤄지지 않았다.

CNN에 따르면 툰베리는 이날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 각국 대표와 시민사회 지도자들을 향해 지금 당장 기후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연단에 선 16살 소녀는 “이것은 모두 잘못됐다. 나는 여기가 아니라 바다 건너편의 학교에 앉아있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당신들은 공허한 말로 내 어린 시절과 꿈을 앗아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양광 요트를 타고 미국에 온 툰베리는 그간 공개 행사마다 말을 아끼고, 동료들에게 마이크를 양보해왔다. 하지만 이날 연설에서는 3분 내내 분노로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며 격정적인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그는 “생태계가 무너지고 대규모 멸종의 위기 앞에 서 있는데도 당신들은 돈타령이나 하고 영원한 경제성장이라는 꾸며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며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미래 세대를 대표해 경고장을 던지기도 했다. 툰베리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50% 감축하는 목표에 대해 “우리는 50%의 위험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미래세대의 눈이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기후변화를 막는 데 실패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다. 연설을 마친 뒤 툰베리는 다른 청소년 15명과 함께 독일과 프랑스, 브라질, 아르헨티나, 터키 등 5개국을 유엔에 제소했다.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음으로써 자신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날 행사에서 특히 관심이 집중된 이벤트는 비록 이뤄지지 않았지만 툰베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이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참할 예정이었지만 회의 초반 깜짝 참석하면서 그가 툰베리와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5분 정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연설을 듣다가 ‘종교의 자유 보호’ 행사 주재를 위해 회의장을 급히 떴다. 그 사이 툰베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뒤에서 굳은 표정으로 그를 쏘아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툰베리는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행복한 어린 소녀처럼 보였다. 반가웠다”고 썼고, 곧 툰베리를 조롱한 글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이 의외였던 건 그가 대선후보 시절부터 “기후변화는 중국이 꾸며낸 사기”라며 불신을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2017년 6월에는 전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서명한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며 ‘지구촌 왕따’ 신세를 자초했다. 이날 깜짝 등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깨끗한 공기와 깨끗한 물을 크게 신봉하는 사람이고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각국은 스스로 해야 한다. 이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오는 2021년 파리 기후변화협정 시행을 앞두고 각 국가와 민간 부문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 강화 계획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독일은 미개발 국가들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는 지원금 규모를 40억 유로까지 늘리겠다고 했고, 프랑스는 파리협정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와 무역협정을 맺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들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행사의 빛이 바랬다. 뉴욕타임스는 “인도는 석탄 의존도를 낮출 방안을 밝히지 않았고, 중국은 과거 약속만 되풀이했으며 미국은 아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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