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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탓 … 태풍 강해지고 방어막 약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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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탓 … 태풍 강해지고 방어막 약해지고

입력
2019.09.24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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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태평양 고기압 위치에 놓여 

 국내 43년 만에 한 해 6개 태풍 

제17호 태풍 '타파'가 북상하고 있는 22일 오후 울산시 동구 일산해수욕장에 요트 등 배 2척이 강풍과 파도에 떠밀려 와 있다. 울산=연합뉴스
제17호 태풍 '타파'가 북상하고 있는 22일 오후 울산시 동구 일산해수욕장에 요트 등 배 2척이 강풍과 파도에 떠밀려 와 있다. 울산=연합뉴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에 대한 태풍의 영향이 점점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태풍의 위력은 더욱 강해지고 있지만 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 인근에서 태풍의 접근을 저지할 수 있는 방어막이 점점 약해지고 있어서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까지 올해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은 17개로 평년 1~9월 발생 태풍 (1981~2010년) 개수인 18.3개보다 적다. 다만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의 수는 23일 동해상에서 소멸한 제17호 태풍 ‘타파’까지 6개로 같은 기간 평년 2.9개보다 2배가 넘는다. 한 해에 6개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건 1976년 이후 43년 만이다.

올해 한반도 가까이 오는 태풍이 크게 늘어난 것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위치 등 여러 조건들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이동하는데 올해는 우리나라가 그 위치에 놓이게 된 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로 태풍 강도가 점차 강해지고,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태풍이 강한 상태로 우리나라 인근까지 북상하는 경우가 잦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은 “지구온난화로 태풍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로 오는 태풍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연관짓는 것은 무리”라며 “최근 학계에선 지구온난화로 인해 태풍 발생 개수가 늘어나기보다 줄어드는 반면, 더욱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태풍발생 및국내 영향추이/ 강준구 기자/2019-09-23(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태풍발생 및국내 영향추이/ 강준구 기자/2019-09-23(한국일보)

저위도에서 발생한 강한 태풍은 중위도를 지나면서 저수온 지역이나 제트기류를 만나게 될 경우 세력이 약해지는데 이러한 ‘방어막’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 대만과 오키나와 인근 해수 온도가 낮으면 태풍의 세력이 약해지기 마련이지만 최근에는 온난화로 인해 10월까지 높은 온도가 유지되면서 가을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빈도가 늘고 있다. 실제로 1951년부터 1993년까지 10월에 발생한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준 건 1951년 단 한 차례뿐이었지만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네 차례나 됐다.

태풍의 천적인 제트기류가 온난화로 약해지는 것도 위험 요소다. 고위도와 저위도의 온도차이가 클수록 제트기류가 강해지는데, 온난화로 고위도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제트기류가 약화되는 것이다. 문 센터장은 “태풍이 제트기류를 만나면 진로가 꺾이고 이동속도가 빨라지면서 세력도 급격히 약해지는데 우리나라 상공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태풍을 저지하는 힘까지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지구 곳곳에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가을철 발생해 우리나라까지 덮치는 태풍이 늘어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세계기상기구(WMO)가 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기후행동 정상회의에 맞춰 발표한 ‘2015~2019 지구 기후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은 역사상 가장 더웠다. 2015~2019년 세계 평균기온은 이전 5년간 평균치보다 0.2도 높고 산업혁명 이전(1850~1900년)보다 1.1도 높다. 빙하 감소와 해수면 상승도 심각하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가 현재와 같은 상태로 지속할 경우 21세기 말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최대 3.4도 상승할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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