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손에 땀을 놓을 수 없는 명승부였다. ‘루키’ 임희정(19ㆍ한화큐셀)이 연장 접전 끝에 ‘베테랑’ 김지현(28ㆍ한화큐셀)을 제압하고 이번 시즌 2승을 거머쥐었다. 태풍 ‘타다’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악조건을 신인의 패기로 이겨낸 멋진 우승이었다.
임희정은 22일 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 컨트리클럽(파72ㆍ6,654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올포유ㆍ레노마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했다. 정규 라운드를 김지현과 공동 1위로 마친 임희정은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지난달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우승에 이은 시즌 2번째 정상 등극이다. 이날 임희정의 우승으로 올 시즌 신인들은 6승을 합작, KLPGA 역사상 루키 최다우승 기록을 세웠다. 이전 기록은 2005년의 5승이었다.
‘루키 전성시대’를 열어 젖힌 임희정의 활약에 올 시즌 신인왕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도 안개 속으로 빠져 들었다. 대회 전까지 신인왕 포인트 3위를 기록 중이던 임희정은 이승연(21ㆍ휴온스)을 제치고 2위로 뛰어 올랐다. “이번 시즌 목표는 신인왕”이라고 선언했던 임희정은 1위 조아연(19ㆍ볼빅)을 턱밑 끝까지 추격했다. 최근 4개 대회에서만 2승을 기록할 정도로 후반기 기세가 좋다.
막판 17번홀(파3)부터 임희정과 김지현의 피말리는 전투가 시작됐다. 11언더파로 공동 선두였던 임희정은 17번홀에서 20m 장거리 버디에 성공, 회심의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앞에서 멈춰선 김지현을 제치고 그대로 우승컵을 품는 듯했다. 임희정은 퍼트가 들어가자 방방 뛰며 캐디와 손뼉을 마주치기도 했다. 하지만 김지현도 지지 않았다. 임희정이 18번홀을 파로 막고 우승을 기다리던 순간, 김지현이 베테랑답게 4m 버디 퍼트를 극적으로 성공시키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살얼음판 다툼은 연장에서도 이어졌다. 두 선수는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나란히 파를 기록하며 두 번째 홀로 경기가 이어졌다. 임희정이 9번 아이언으로 공을 홀 바로 옆에 붙인 반면, 김지현은 투온에 실패하며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임희정은 침착하게 버디에 성공하며 우승을 자축하는 만세를 불렀다.
한편 대회 첫 날에만 11언더파를 올리며 16년 만의 개인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했던 김지현은 나머지 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는 데 실패, 시즌 2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유력한 신인왕 후보 인 조아연도 마지막날 4언더파를 몰아치며 합계 9언더파 279타 3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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