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장기미제 사건인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최신 유전자 감식을 통해 특정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9일 브리핑을 통해 1986년부터 1991년까지 10차례 발생한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5, 7, 9차 사건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하는 인물(56)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1990년대 중반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부산교도소에서 24년째 복역 중이다.
경찰이 풀지 못한 장기미제 사건은 수두룩하지만 그 중에서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만큼 널리 알려진 경우도 흔하지 않다. 10대부터 70대까지 노소를 가리지 않고 여성을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사체까지 훼손한 엽기성뿐만 아니라 사건 해결을 위해 연 205만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 2만1,200여명을 조사하고도 모방범죄였던 8차 사건 한 건만 해결했기 때문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제작돼 인기까지 끈 것도 공소시효를 훌쩍 넘긴 사건을 많은 이들이 또렷이 기억하는 이유다.
최근 경찰 조사에서 용의자는 범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수사팀 역시 “DNA 일치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하나의 단서일 뿐”이라며 “나머지 증거물도 국과수에 보내 DNA 분석을 하고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범인의 실마리도 찾지 못한 채 30년이 지난 사건의 윤곽을 밝히는데 이만큼 다가선 것은 DNA 기술 진전에 따른 과학수사의 성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관련 수사팀을 유지하며 끈질기게 조사를 이어온 경찰의 노력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 보도가 불거지는 바람에 경찰이 서둘러 수사 상황을 설명했지만 아직 범인을 확정하기는 불충분한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DNA 자료가 남아 있는 다른 화성사건에 대한 추가 유전자 확인과 기타 증거물을 통한 보강 수사도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용의자가 자신의 입으로 진실을 털어놓아 비록 공소시효가 끝나 법적 단죄는 어렵다 하더라도 경찰이 진실규명에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이번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가 다른 장기미제사건 수사에도 자극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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