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東京)의 한 구의원이 조선시대 외교사절인 조선통신사를 흉악범죄자 집단이라 지칭하는 망언을 해 야당과 시민사회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9일 도쿄도 스기나미(杉並)구 사사키 지나쓰(佐佐木千夏) 의원이 지난 12일 구의회 본회의에서 스기나미구가 채택하고 있는 사회과 교과서의 한반도 관련 내용을 언급하며 “조선통신사가 환영을 받았다는 것은 완전히 거짓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선통신사는 여성에 대해 폭행과 살인, 강도를 반복한 흉악한 범죄자 집단”이라고 억지 주장을 폈다.
그는 또 “창씨개명도 완전히 거짓말” 등의 내용이 담긴 부교재를 배포하고 교직원에 대한 학습모임을 열어 이를 알릴 것을 주장했다. 이에 구 교육위원회는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을 통과한 것”이라며 “보충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아사히신문에도 “여러 구민들로부터 교과서가 문제라는 지적을 받고 질문했다”며 “역사적인 사실이므로 발언 취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사키 의원은 극우 보수성향의 신당인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 소속으로 지난 4월 선거에서 구의원으로 당선됐다.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명칭)를 전쟁으로 되찾을 수밖에 없지 않나”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던 마루야마 호다카(丸山穂高) 중의원 의원도 같은 당 소속이다.
입헌민주당과 공산당 의원들은 사사키 의원의 발언에 대해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ㆍ혐오 발언)라고 지적했고, 구내 시민단체들도 사사키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항의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통신사를 연구하고 있는 나카오 히로시(仲尾宏) 교토(京都)조형예술대 교수는 “조선통신사는 조선 국왕이 임명한 공식 사절단으로 약탈과 폭행을 했다는 사료는 본 적이 없다”며 “책임 있는 공인의 발언으로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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