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BO리그 시즌 MVP의 향방이 묘연해졌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조쉬 린드블럼(두산)의 질주와 제리 샌즈(키움)의 추격’ 구도로 예상됐지만, 막판 양현종(KIA)과, 박병호(키움), 양의지(NC)가 경쟁에 가세하고 린드블럼과 샌즈가 다소 주춤하면서 다자간 대결로 재편되는 형국이다.
양현종은 지난 17일 광주 NC전에서 5이닝 2실점 호투하면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평균자책점 2.29(1위)를 기록, 줄곧 1위를 달리던 린드블럼을 2위로 밀어냈다.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도 6.64로 투수 부문 1위를 굳게 지키고 있고 다승 부문도 공동 2위(16승)에 올랐다. 이밖에 WHIP(이닝당출루허용률) 2위(1.07), 탈삼진 3위(163개)에 올랐고 5년 연속 180이닝 기록도 함께 작성했다. 특히 시즌 초반 평균자책점이 9.82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두 차례의 완봉승 등 에이스 본색을 드러내며 인상적인 모습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타자 중에는 박병호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8월 이후 홈런 15개와 타점 37점을 몰아치면서, 팀 동료 샌즈를 제치고 단숨에 타자 WAR부문 1위(6.69)에 올랐다. 시즌 타점은 3위(98타점)에 올라 있는데, ‘6시즌 연속 100타점’이라는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양의지 역시 부상으로 잠시 정규 타석에 모자랐던 기간을 제외하고 시즌 내내 타율 1위 자리를 지켰다. 타율 1위(0.360), 출루율 1위(0.443) 장타율 1위(0.589), 득점권 타율 1위(0.376)에 올라있다. 하지만 부상으로 7월 9일 롯데전 이후 한 달이 넘게 출전하지 못해 누적 수치 부문(홈런, 타점, 최다안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점은 아쉽다. 샌즈도 타점 1위(111타점)를 사실상 굳히며 WAR 타자부문 2위(6.59)를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시즌 20승’이라는 상징적인 성적을 낸 린드블럼은 여전히 강력한 MVP 후보다. 다승 1위는 물론, 탈삼진도 1위(178개)다. 비교적 많은 잔여 경기가 남은 두산의 일정을 고려할 때 린드블럼의 다승ㆍ탈삼진 타이틀은 확정적이다. 관건은 평균자책점(2위ㆍ2.36)인데, 다음 등판에서 5.1이닝 이상 던지며 무실점 하면 양현종을 앞서게 된다. 린드블럼이 다승, 탈삼진에 이어 평균자책점 타이틀마저 거머쥐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경우, MVP는 린드블럼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근 3경기에서 20.1이닝동안 11실점(2패)하며 주춤한 점은 변수다.
시즌 MVP는 정규시즌 종료 직후 기자단 투표로 진행되며, 수상자는 포스트시즌이 끝난 뒤 KBO시상식에서 발표된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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