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역사에 치욕 안긴 희대의 미제사건
“미치도록 잡고 싶다.”
영화 살인 추억에 등장하는 헤드 카피처럼 화성연쇄살인사건은 범인을 잡지 못한 형사들을 미칠게 만들었던, 대한민국 경찰 강력범죄 수사 역사상 가장 치욕적이면서도 뼈아픈 사건이었다. 33년간 풀리지 않던 한국 범죄사 최악의 미제사건으로도 꼽힌다.
범죄 대상이나 수법으로 봐도 엽기적 그 자체였다. 1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아무 여성이나 범행대상으로 삼은 점도 그렇지만, 범행 수법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잔혹해 대한민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 화성군 태안읍 반경 2㎞ 이내에서 10명의 여성이 끔찍하게 숨진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이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 충격적인 건 살해 방식이었다. 당시 사망한 채로 발견된 여성들은 스타킹이나 양말 등 옷가지로 몸이 묶인 상태였다. 10명의 피해자 중 끈 등을 이용해 교살된 피해자는 7명, 손 등 신체부위로 피해자의 목을 눌러 살해한 경우(액살)도 2명이었다. 흉기를 살해 도구로 쓰지 않고 밤에만 나타나 범행을 저지르는 등 흔적을 남기지 않아 경찰 수사를 무력화시키기도 했다. 당시에는 화성 일대가 대부분 논밭이어서 야간에는 인적이 드물었던 점을 최대한 활용한 범죄였다.
10명의 여성이 무참히 살해됐지만, 범인을 특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경찰력이 총 동원돼 화성은 물론 인접 지역까지 이 잡듯이 뒤졌지만 용의자를 찾는데 끝내 실패했다.
당시 동원된 경찰 연인원이 205만여명으로, 단일 사건의 범인을 수사하기 위해 꾸려진 수사단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수사대상자 2만1,280명, 지문대조 4만116명 등 각종 수사기록 역시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범인은 성폭행 피해를 가까스로 면한 여성 등의 진술로 미뤄 당시 범인이 20대 중반 나이에 키 165∼170㎝의 체격으로 추정, 수사를 해왔다. DNA 분석을 통해 당시 사건 용의자의 혈액형이 B형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경찰은 DNA분석을 통해 영원히 묻힐뻔한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이날 현재 수감 중인 A(50대)씨를 특정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