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완이법’으로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됐지만 소급 적용 못해
1980년대와 90년대 초 경기 화성군(현재 화성시) 일대에서 여성 10명이 잔혹하게 살해된 ‘화성연쇄살인’의 마지막 사건은 1991년 4월 3일 발생했다. 당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2006년 4월 2일 밤 12시를 기해 이미 마지막 공소시효까지 완성됐다. 지금 아무리 진범이 밝혀지더라도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것은 재판에 넘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할 뿐, 공소시효와 별도로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진실 규명이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라는 것은 기소(재판에 넘기는 것)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은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적 관심사라 예외적으로 경찰이 조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유전자 정보(DNA) 확인으로 신원이 확인된 유력 용의자 A씨의 경우, 그가 진범임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신원이 ‘특정’되는 것의 의미만 가질 뿐 처벌은 불가능하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범행 당시의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범행 날로부터 15년에 달하는 2001년 9월14일(1차 사건)~2006년 4월2일(10차 사건) 사이에 모두 만료됐다. 화성연쇄사건이 발생하던 기간에 적용되는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이었으나, 2007년 공소시효는 25년으로 늘었다. 이후 1999년 발생한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태완이 사건)의 진범을 잡지 못한 것을 계기로 살인죄 공소시효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면서, 2015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 공소시효는 폐지됐다. 그러나 이미 지난 사건에 공소시효 폐지를 소급 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범인으로 특정된 A씨가 만약 아직 확정 판결을 받지 않은 미결수라면 다음 재판에서 연쇄살인사건이 양형에 반영되어, 최종 형량이 늘어날 수는 있다. 혹은 A씨가 무기징역을 받고 수감 중인 상태라면, 이 사건으로 인해 향후 가석방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되는 정도의 영향은 줄 수 있을 전망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