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졸업식에 참석한 숀 플레전트와 그의 어머니. CNN캡처.

‘학창시절엔 졸업생 대표로 고등학교 졸업, 예일대 경제학부 출신의 뉴욕 월가 투자은행 직원, 영화 제작사 창업.’

이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가 지금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코리아타운 길바닥을 전전하고 있다. 미 CNN 방송이 17일(현지시간) 소개한 숀 플레전트(52)의 사연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노숙자에 대한 엄중 단속을 예고한 가운데, 아이비리그 예일대 출신 노숙자 플레전트의 사연이 주목 받고 있다. CNN은 이 남성의 사연을 소개하며 노숙자 문제가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가 LA 코리아타운 텐트촌 노숙자로 전락하는 데는 10여년 전 그가 마주한 몇 번의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충분했다.

플레전트는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공군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아래, 안정된 가정에서 자랐다. 학창시절엔 늘 우수한 성적을 거둔 데다 음악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선천적 다리 장애로 보조기를 차고서도 몇 번이나 마라톤에 참가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예일대를 졸업하고 월가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취업한 플레전트는 몇 년 후 캘리포니아주에 새로 정착했다. 그는 할리우드 진출의 꿈을 이루기 위해 LA에서 사진과 영화제작 회사를 차렸다. DVD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1990년대 사업이 번창해 부촌인 실버레이크 대저택에 살았다고 CNN은 전했다.

수입이 마르기 시작한 건 공동 창업자들과 갈등을 빚으면서다. 그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을 땐 남아있는 사업이 없었다”고 CNN에 회고했다. 비슷한 시기, 어머니도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인생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곳 저곳 거처를 옮기다 마지막 거처였던 차까지 잃게 되자 그는 노숙자로 전락했다.

숀 플레전트 현재 모습. CNN캡처

LA의 많은 노숙자가 그렇듯 그 역시 마약 중독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그가 마약을 시작한 것은 허리 수술에서 회복하는 과정에서였다. 진통제 없이 버틸 수 없었지만, 높은 약값 탓에 다른 약물에 손을 댄 것이다.

CNN은 노숙자인 그의 화려한 이력이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노숙자 변호 단체 케이타운포올(Ktown for All) 설립자 마이크 디커슨은 CNN에 “이들(노숙자)은 단지 우리처럼 인생에서 몇 번 고난의 시기에 빠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LA 시내 곳곳에는 블록마다 노숙자 텐트들이 줄지어 서 있고, 그 수는 늘어나고 있다. LA 카운티 노숙자는 6만여명에 이른다. 지난 2년 사이 LA 카운티 노숙자 수는 12%나 증가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숙자들을 향해 “혐오스럽다””미국의 망신이다” 등의 망언을 이어오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캘리포니아 정치인들과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노숙자 텐트촌을 해체하고, 노숙자를 전부 집단 수용소에 옮길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에 대해 디커슨은 “외딴 곳에 몰아넣는 것은 사람들을 직장이나 거주지, 치료 시설 등에서 멀어지게 할 뿐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사람들을 거리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감당할 수 가격의 주거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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