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내년 총선 공천을 겨냥한 ‘중진 물갈이’ 이슈가 분출해 당내가 술렁이고 있다. 의원겸직 중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불출마설이 급부상하고 전직 청와대 참모 등 대통령 측근 인사들도 불출마 의사를 확인하고 있다. 총선이 아직 7개월가량 앞둔데다, 국정감사 등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이 채 시작되기 전이어서 이례적이다. 대대적인 공천물갈이를 위한 사전정지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어 3선 이상 다선 의원들이 우선 동요하고 있다. 특히 중진 물갈이 명분이 커질 경우 ‘조국 사태’ 이후 기득권 세력이란 비판이 커진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 정치인들에게 퇴진론이 옮겨 붙을 가능성도 주목된다.
18일 민주당 내에선 김현미ㆍ유은혜 장관이 총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의사를 이해찬 대표에게 전달했다는 얘기가 급부상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김 장관은 (불출마 의사를 전한 것이) 맞는 것 같다. (대표가 보고를 받은 것으로) 그렇게 알고 있다”며 “유 장관의 경우는 변수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출마와 불출마를 제가 결정해서 이야기할 시기도 아니고 상황도 아니다”며 “거취 문제는 임명권자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김 장관 측은 “확고한 출마 의지에 변한 게 없다”며 “임명권자의 뜻을 따른다는 입장에도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파장이 커지자 최고위원회 후 1시간만에 이해식·이재정 대변인 명의로 “유은혜ㆍ김현미 총선 불출마’ 관련 기사는 사실무근”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중진용퇴론의 동력은 커지는 분위기다. 이해찬 대표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외에 5선인 원혜영 의원이 불출마를 고려중이다. 여기에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불출마 의사를 재차 밝혔고, 대구ㆍ경북(TK) 지역 영입이 예상됐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ㆍ물갈이 이슈가 조기에 터져 나온 건 청와대의 국정운영, 민주당의 총선전력과 관련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에선 당장 김현미ㆍ유은혜 장관의 교체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조국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이후,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자리를 회피하는 분위기가 있는데다, 여야간 대립이 격해져 총선 전 개각 인사에 부정적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연말 개각이 있을 경우 총선에 인접한 인사검증 국면이 여당에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실제 두 장관 측은 거취에 대해 “임명권자의 뜻”에 달렸다고 강조하고 있다. 두 사람의 불출마설은 김 장관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이슈, 유 장관은 조국 장관 사태를 거치며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입시제도 개선의 난제에 집중해야 하는 환경과도 무관치 않다.
불출마ㆍ물갈이 이슈가 조기에 점화되는 것을 두고 당내 기류는 갈린다. 한 의원은 “친문ㆍ청와대 참모들의 불출마 선언이 당과 조율된 게 아닌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들의 선언은 당내외에 ‘우리는 공정하고 혁신적인 공천을 진행할 것’이라는 신호를 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이해찬 대표가 공천룰을 일찍 발표한 이유도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중진들은 동요하는 모습이다. 한 중진 의원은 “전과 달리 불출마ㆍ물갈이 등이 이른 시점에서 언급되고 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워진 선거제 개혁안을 처리해야 하는 등 변수가 많은 상황인데, 조기에 공천 분위기를 타는 게 효과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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