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지인 능욕’ 콘텐츠 SNS에 넘쳐나도 처벌은 가물가물

알림

‘지인 능욕’ 콘텐츠 SNS에 넘쳐나도 처벌은 가물가물

입력
2019.09.19 04:40
수정
2019.09.19 11:07
0 0

본사는 해외에, 합성사진은 성폭력 적용도 안되고

트위터에서 '지인 능욕'을 검색하면 나오는 음란물 합성 계정들. 피해자 얼굴과 신상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글들이 올라온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에서 '지인 능욕'을 검색하면 나오는 음란물 합성 계정들. 피해자 얼굴과 신상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글들이 올라온다. 트위터 캡처

“제 얼굴 위로 남성 성기가 합성된 사진이 버젓이 돌아다니더군요. 익명의 사용자가 알려준 걸 보고 충격으로 쓰러질 뻔 했습니다.”

대학생 김모(19)씨는 지난달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텀블러에 남성 성기와 합성된 자신의 사진이 유포된 사실을 알게 됐다. 문제의 게시물엔 김씨 연락처와 SNS 계정 등 개인정보뿐 아니라 ‘김씨가 성매매 여성’이란 허위사실도 적혀 있었다.

게시물은 순식간에 퍼졌다. 김씨 SNS는 쏟아져 들어온 성희롱성 메시지로 마비상태가 됐다. 몇몇은 자신이 음란행위를 하는 영상을 보내거나 ‘사는 곳으로 찾아가겠다’고도 했다. 외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한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린 김씨는 이달 2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인 사진에 음란물의 일부를 합성하는 이른바 지인능욕 콘텐츠가 텀블러와 트위터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 연락처와 거주지 등 내밀한 정보가 함께 퍼져 피해자들은 성폭력과 스토킹, 사생활 침해 위험에 노출되지만 범인 검거와 처벌이 쉽지 않은 게 문제다.

대학생 이모(23)씨도 지난 16일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린 자신의 사진이 불과 대여섯 시간 만에 남성의 체액 사진과 합성돼 급속히 유포되는 악몽을 겪었다. 이씨 합성사진이 처음 게시된 SNS도 텀블러였다.

부랴부랴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메신저 프로필 사진들을 모두 삭제했지만 때가 늦었다. 연락처가 함께 노출돼 모르는 번호로 하루에도 전화가 수십 통씩 걸려와 일상 생활이 불가능했다. 이씨는 “주변에 비슷한 일을 당한 이들이 많아도 범인이 잡힌 경우는 못봤다”며 “서둘러 신고하긴 했지만 가해자를 잡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인능욕 합성사진 유포는 주로 다른 SNS에 비해 상대적으로 게시물 규제가 약한 ‘텀블러’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익명의 아이디로 범행해 가해자 특정이 힘들고 미국에 본사가 있어 국내법 적용도 받지 않는다. 국내 수사기관이 협조를 요구하면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직접 요청해야 해당 게시물을 지워주는 정도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이 연루됐거나 피해자 신변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게 아닌 이상 해외 SNS 본사에서 수사에 협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합성사진이 단순 조롱을 넘어 피해자를 성적으로 희롱하기 위한 ‘성폭력’의 특징을 띠어도 현행법으로는 합성사진 유포를 성폭력으로 처벌할 수도 없다. 성폭력처벌법 14조(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가해자가 직접 피해자를 찍은 경우에만 해당한다.

경찰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음란물 유포죄를 적용하는데 벌금형이 대부분이고 실형은 극히 적다. 모욕과 음란물 유포가 모두 인정돼도 초범의 처벌수위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 정도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급증하고 있는 지인 능욕 콘텐츠는 명백한 사이버 성폭력 범죄”라며 “성폭력처벌법을 손 봐 성폭력 촬영물에 원본이 아닌 합성본도 포함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