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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무서워 체면 구긴 존슨… ‘백스톱’ 대안은 여전히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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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무서워 체면 구긴 존슨… ‘백스톱’ 대안은 여전히 없어

입력
2019.09.17 17:41
수정
2019.09.17 18:4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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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자비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빈자리를 옆에 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룩셈부르크=EPA 연합뉴스
16일 자비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빈자리를 옆에 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룩셈부르크=EPA 연합뉴스

호기롭게 유럽으로 떠났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체면을 잔뜩 구겼다. 10월 17일까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을 타결시키겠다며 16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자비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를 잇따라 만났지만 결국 마주친 것은 “겁쟁이”라는 조롱뿐이었다.

존슨 총리가 베텔 총리와 함께하던 오찬 장소에서부터 문제는 시작됐다. 반(反) 브렉시트 시위대는 “꺼져라(Bog off) 보리스”라며 야유를 시작했다. 이후 존슨 총리는 같은 날 오후 총리 관저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뒤로한 채 밖으로 빠져나갔다.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던 베텔 총리는 서둘러 존슨 총리를 쫓아갔다가 혼자 기자회견장으로 돌아오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뒤이어 베텔 총리는 자신의 옆에 있는 빈 연단을 가리키며 “존슨 총리는 시위대로 인해 기자회견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베텔 총리는 손을 흔들며 “시위는 민주주의의 권리다. 서로 소통하고 듣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시위대를 상대로 말했지만 야유가 터져 나왔다.

베텔 총리는 홀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브렉시트는 EU의 선택이 아니라 영국 보수당 정부의 선택”이라며 존슨 총리를 대상으로 한 듯한 비난 발언을 계속했다. “당리당략적 이익을 위해 우리 미래를 인질로 잡지 말라”고 촉구한 것이다. 베텔 총리는 뒤이어 “브렉시트 절차는 ‘악몽’으로 변했으며 영국은 지금 거부하는 협상안의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라며 “존슨 총리는 모든 영국 시민들의 미래를 쥐고 있다. 그것은 그의 책임이고, 그의 국민, 우리 국민이 그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실외 기자회견에 불참한 뒤 마련된 자체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 합의 가능성에 대해 묻자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나는 그것의 형체를 볼 수 있다. 모든 이들이 그동안 이뤄진 것들을 대략적으로나마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존슨 총리는 10월 17, 18일 예정된 EU 정상회의까지 브렉시트 합의를 위한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고 주장하면서 백스톱(영국의 EU관세동맹 일시 잔류) 폐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반발은 가시지 않는다. 융커 위원장은 존슨 총리와의 회담 후 “EU는 영국이 ‘아일랜드 백스톱’의 실현 가능한 대안을 들려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뒤이어 EU 집행위는 이날 만남 후 낸 성명에서 영국이 브렉시트 합의문의 핵심 쟁점인 백스톱의 대안을 여전히 내놓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016년 9월부터 유럽의회를 대신해 브렉시트 협상에 나섰던 기 베르호프스타트 전 벨기에 총리는 트위터에 “경이로운 헐크에서 경이로운 토라짐으로(From Incredible Hulk to Incredible Sulk)”라고 글을 올려 존슨 총리를 조롱했다. 앞서 존슨 총리가 유럽으로 떠나기 전 무조건 브렉시트를 강행한다는 의미에서 자신을 마블 만화 속 캐릭터인 ‘인크레더블 헐크’에 비유한 것을 꼬집어 비판한 것이다.

한편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존슨 총리에게 쓴소리를 내뱉었다. 블레어 전 총리는 15일 미국 CNN 방송에 출연해 영국인들은 브렉시트에 대해 듣는 것조차 지겨워한다며 “그런 결론이 나올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또 다른 국민투표에서도 브렉시트로 결론이 난다면 그것을 따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브렉시트에 문제가 있고 국민이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구체적으로 다시 물어봐야 한다”며 “총선과 (브렉시트를) 섞어서는 안 된다”고 존슨 총리에게 조언을 덧붙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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