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무엇을 남겼나] <10ㆍ끝> 실검 대결 여론 전쟁 
 “여론 표현” “여론 조작” 의견 분분… 합리적 토론보다는 세력 과시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전자증권제도 시행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실시간 검색어(실검) 전쟁’은 지난달 27일 시작됐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18일 만에 검찰이 대대적 압수수색에 나선 시점이었다. 검찰이 후보자 지명 이후 제기된 각종 의혹을 규명하겠다 밝히자, 포털 사이트에도 전쟁이 벌어졌다.

이날 조 장관 지지자 측에서 ‘조국힘내세요’를 네이버 실검 1위로 끌어올리자, 반대편에선 ‘조국사퇴하세요’를 실검 순위에 밀어 넣었다. ‘가짜뉴스아웃’에서부터 ‘법대로임명’에다 ‘나경원자녀의혹’까지, 일주일 동안 포털 실검 순위엔 정치적 구호에 가까운 문구들이 오르내렸다. 지난 2일 조국 당시 후보자가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불법은 없었다’는 취지로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했을 때, 9일 결국 조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됐을 때도 여지 없이 ‘근조한국언론’ ‘검찰단체사표환영’ ‘문재인탄핵’ 같은 표현이 실검 순위에 올랐다.

포털 달군 조국 실검전쟁 키워드. 그래픽=송정근기자

실검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실검이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검색해 볼 수 있는 모바일 시대라 실검을 보면 지금 현재 사람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드러난다. 실시간 관심을 반영한다는 실검의 특성상 포털들은 실검 순위를 매길 때 ‘누적된 절대적 검색량’이 아니라 ‘1분 정도의 짧은 시간 내 검색 빈도가 증가하는 상대적 검색량’을 기준으로 삼는다. 가령 ‘조국힘내세요’의 경우 절대적 검색량 자체는 1만회에 불과하다 해도, 이전에 검색이 전혀 없다가 몇 분 내 집중적으로 1만회 검색이 이뤄진다면 실검 순위에 올라가게 되는 방식이다.

한달 간 '조국힘내세요'(녹색)와 '조국사퇴하세요' 네이버 검색량 추이. 네이버 데이터랩 캡쳐

이번 실검 전쟁만 놓고 보자면 조 장관 지지파의 완승이다. 사안 자체가 조 장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라 지지하는 이들이 더 굳게 결속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게 정말 바람직한가다. 실제 실검 전쟁에서 조 장관 지지파들이 연전연승하고 있을 때,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일 진행한 전화 면접조사에서는 조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의견(46.8%)이 찬성(36.2%)보다 높았다.

이 때문에 실검 전쟁을 못마땅하게 보는 쪽에서는 실검 전쟁이 사실상 ‘여론 조작 전쟁’ 아니냐는 불만을 내놓는다. 윤평중 한신대 정치철학과 교수는 “검색량이 적은 한밤중이나 새벽에 당파적 색채가 강한 표제어가 급격히 상승하고 하락했다”며 “‘드루킹 사건’ 등의 사례가 있는 만큼 인위적 여론 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실검 전쟁이 어쨌든 여론 표출 방식인 만큼 ‘조작’이라고까지 보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실검 순위를 의도적으로 바꾸려는 건 누가 봐도 민주주의 사회의 건전한 토론 방식은 아니다”며 “이번 기회에 포털의 실검 순위 산출 방식을 바꾸는 등 규제방안을 찾아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실검 전쟁을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 표현 수단’으로 보는 목소리도 있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된 제도 정치권, 언론사 등을 통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이들이 실검에다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담아냈다는 평가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가시성이 좋은 실검 순위를 올리려는 건 자유로운 의사표현 방법 중 하나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다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본다”며 “시민들도 실검 자체를 여론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의 분별력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검 전쟁에 대한 평가를 떠나 실검 전쟁 자체가 ‘공론장이 붕괴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실검 전쟁 자체는 ‘표현의 자유’라 옹호하면서도 “찬반 간 합리적 토론보다는 ‘우리 편 여론이 이렇게나 많다’는 식의 세 과시에 그친다는 부분은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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