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한국테니스의 간판다웠다. 권순우(22ㆍCJ후원ㆍ당진시청ㆍ81위)가 테니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서 중국을 상대로 혼자 2승을 올리며 한국의 월드그룹 예선 진출을 이끌었다.
남자테니스 국가대표팀의 권순우는 15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올림픽 스포츠센터 테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테니스연맹(ITF) 데이비스컵 아시아ㆍ오세아니아 지역 1그룹 예선 중국전 3단식에서 바이얀(30ㆍ222위)을 2-0(6-3 6-4)으로 제압했다. 대회 첫날 대표팀의 단식 첫 주자로 나서 장지젠(23ㆍ227위)을 2-1(7-6<7-4> 6-7<4-7> 7-5)로 꺾고 기선제압에 성공했던 권순우는 마지막 승리까지 책임지며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줬다.
대표팀은 이날 복식에서 남지성(26ㆍ세종시청ㆍ301위ㆍ복식133위)-송민규(29ㆍKDB산업은행ㆍ복식152위)조가 아쉽게 패했지만, 2승을 올린 권순우와 단식 주자로 나서 깜짝 승리를 거둔 남지성의 활약에 힘입어 3승1패로 대회 월드그룹 예선에 진출했다. 내년 2월 열리는 월드그룹 예선을 통과하면 한국은 12년 만에 월드그룹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 119년 역사의 데이비스컵에서 한국이 월드그룹 본선에 진출한 건 단 3번(1981년, 1987년, 2008년)뿐이다.
권순우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서로 잘 알고 있는 상대라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다”면서도 “좌우로 많이 흔들면서 상대의 힘을 빼는 전략으로 갔는데 잘 통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국가대표로서 자부심을 갖고 더 열심히 준비했다. 현지에서도, 한국에서도 응원해주신 팬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며 “내년 월드그룹이라는 더 큰 무대가 기다리고 있는데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날 권순우는 리제(33ㆍ201위)의 대체 선수로 나온 바이얀을 상대로 경기 초반부터 압도적인 실력을 뽐냈다. 좌우 구석을 찌르는 스트로크로 2회 브레이크에 성공, 1세트를 손쉽게 선취했다. 2세트에서는 첫 게임을 브레이크한 뒤 안정적인 플레이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장지젠을 상대로 고전했던 전날과 달리 특유의 경기 운영 능력이 살아나며 코트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이었다.
권순우의 데이비스컵 활약은 국내 선수 중 세계랭킹 2, 3위인 정현(23ㆍ한국체대ㆍ143위)과 이덕희(21ㆍ서울시청ㆍ215위)가 없는 상황이라 더 돋보인다. 주요 선수가 빠지며 대회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월드그룹 진출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활약 하며 개인 최고 세계랭킹(81위)까지 경신한 권순우가 제 몫을 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정희성 대표팀 감독은 “계속 베스트 멤버가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뉴질랜드전에선 이덕희와 임용규가, 올해 권순우와 남지성이 잘해줘서 여기까지 왔다”며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인 젊은 선수들이 서로 챙기기도 하면서 똘똘 뭉쳐 단결력 있게 경기를 해준 덕분”이라고 선수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 감독은 “한국 남자테니스의 선수층이 두꺼워진 만큼 정현까지 합류한다면 내년 월드그룹 예선 통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구이양=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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