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마음의…’ 펴낸 배병삼 교수
동양고전에서 우리 사회의 정치적 해법 찾기에 골몰해온 배병삼 영산대 교수가 ‘맹자, 마음의 정치학’을 출간했다. 사계절 제공

“맹자가 가장 두려워했던 사회상은 ‘환과고독(鰥寡孤獨)’이에요. 아내 없는 홀아비, 남편 잃은 홀어미, 부모 없는 고아, 가족 잃은 독거노인을 일컫는 말이죠. 고립에 처한 인간은 경제적으로 궁핍할뿐더러 어려운 처지를 하소연할 데도 없는 사회적 단절에 처하게 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혼술, 혼밥을 즐겨 하고, 늙은이들이 고독사로 죽어가는 것도 다를 바 없어요. 인간의 위기죠.”

맹자(기원전 372년 추정~기원전 289년 추정)는 2,000년전 중국 전국 시대 사상가다. 하지만 그의 사유는 시공간을 초월해 현대인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최근 ‘맹자, 마음의 정치학’(3권)을 펴낸 배병삼(60)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그 이유를 ‘두려움’에서 찾았다. 폭력과 파괴, 살육이 일상이던 전쟁의 시대와 인간을 사물화, 수치화하고 결국 소외시키는 자본주의 병폐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똑같이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맹자는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사람다운 정치’,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난 10일 전화 인터뷰로 만난 그는 “맹자가 내놓은 해법은 우리가 여전히 갈구하는 이상향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맹자를 꾸준히 놓지 않고 새로 읽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맹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유교의 대명사로 꼽히는 ‘삼강오륜(三綱五倫)’ 개념부터 바로 잡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강(三綱)은 권력자의 통치 이데올로기가 변질된 것으로, 맹자 사상의 핵심은 오륜(五倫)에 담겨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삼강과 오륜을 구분 짓는 것부터가 맹자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자강(父爲子綱), 부위부강(夫爲婦綱)의 삼강은 신하, 자식, 아내가 군주, 아비, 남편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노예의 윤리로, 군주 독재의 통치 이데올로기로 활용돼 왔다. “사람들은 흔히 맹자의 대표적인 사상으로 위민(爲民), 민본주의를 떠올리지만, 오해에요. 위민은 백성을 위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곧 나라의 주인은 따로 있고, 백성을 위해 시혜를 베푼다는 뜻에 불과하죠.”

배 교수가 해석한 맹자 정치 사상의 핵심은 ‘함께 더불어 사는’ 여민(與民)주의다. ▲주권은 인민에게 있다는 ‘주권 재민’ ▲정치는 대화와 분권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책임정치’ ▲다양성을 존중하는 ‘다원사회’가 여민주의의 핵심이다.

그는 상호성을 특징으로 하는 ‘오륜’에서 여민주의의 본질을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의 오륜은 부모와 자식, 군주와 신하, 남편과 아내, 윗사람과 아랫사람, 친구 사이의 상호 존중과 소통, 균형과 책임을 중시하는 강조하는 쌍방의 윤리라는 설명이다.

“군주와 신하는 상호 계약적인 관계인 만큼 책무를 방기하는 군주를 추방할 수 있다거나, 부모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부모를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이 효라는 주장은 모두 오륜을 바탕으로 한 것이에요.”

그러나 현대 정치인들은 맹자의 당부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가는 내 것’이란 사유재산의 관점으로 권력을 바라보거나, ‘나만 옳다’는 아집에 사로 잡혀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를 밀어붙이기도 한다. 이에 맹자는 ‘덕’의 정치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가의 덕은 도덕적 힘에서 나온다. ‘수오지심(羞惡之心)’은 그 척도 중 하나다. 배 교수는 “부끄러움은 정의의 단서이자, 불의의 감촉, 즉 옳고 그름의 경계를 인식한 증거”라며 “공직자가 잘못을 느끼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이야말로 폭력으로 타락한 권력을, 생명을 살리는 본래의 정치로 전환하는 문지방이 돼줄 것”이라고 말했다.

맹자는 현대 정치인들이 ‘은혜 정치’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도 당부했다. 춘추시대 정치가였던 정자산은 차가운 강물을 건너는 백성들을 보고 측은한 마음에 수레에 태워 건너줬다. 하지만 이를 본 맹자는 “은혜롭지만 정치를 알지 못한다”고 일갈했다. 차라리 다리를 만들어 주는 게 백성들을 더 이롭게 하는 길이란 점에서다. “맹자는 요즘 말로 치면 인기영합주의를 극도로 경계했어요. 은혜를 베푸는 대신 제도를 만드는 데 집중하라는 거죠. 권력자의 자기 위안이 아니라, 백성 모두가 함께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고민하기 위한 역할이 정치가의 본령이라는 겁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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