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실관계 인정하고 증거 수집돼..구속 필요성 없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그의 가족이 연루된 ‘사모펀드 의혹’ 관련자들의 구속영장이 11일 기각됐다. 수사의 분수령으로 꼽혔던 첫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범죄 혐의는 인정 받았다고 해석할 여지가 많아 검찰이 받을 타격이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범행을 자백했고 증거가 확보됐다는 것이 기각 이유인 만큼 차질 없이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이상훈(40) 대표와 이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가로등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 최모(54)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관련 증거가 수집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이 대표는 2017년 7월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에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두 자녀로부터 실제로는 10억5,000만원을 출자 받기로 해놓고 “74억5,500만원 납입을 약정했다”며 금융당국에 허위로 신고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와 또 다른 사모펀드를 운용하며 인수한 본인 명의 회사 더블유에프엠(WFM) 등의 자금 수십 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 전 사무실 직원들을 시켜 증거를 인멸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있다. 최 대표에게는 웰스씨앤티 회삿돈 10억원 안팎을 빼돌린 혐의(특경가법상 횡령)가 적용됐다.
검찰은 조 장관 가족의 자금이 처음 모였던 코링크PE와 수익을 거두기 위해 이용된 투자처 회사 대표들의 개인 혐의부터 돌파, 신병을 확보한 후 조 장관 가족과의 공범 여부 등에 대해 추궁하며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었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수사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자연스레 나온다. 검찰은 수사 보안상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에 조 장관 가족들의 연루 여부에 대한 정보를 최소로 담았지만,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선 적극적으로 “국민적 관심이 큰 조 장관 가족들의 의혹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두 대표에 대한 영장 발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수 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날 법원의 기각 결정이 검찰의 수사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법원이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 혐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 대표에 대해서는 “본건 범행에서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종된 역할”, 최 대표에게도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역할”을 언급하면서 구속을 시킬 정도로 범행을 주도한 인물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두 사람의 신병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범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에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 대표는 혐의를 일부 인정하면서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모(36)씨가 코링크PE의 실소유주라며 책임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검찰 수사를 앞두고 도피성 출국 후 귀국하지 않고 있다.
관심을 모으는 정 교수에 대한 소환조사는 추석 연휴 이후로 일정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 교수 등 조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는 혐의가 많아 여러 날에 걸쳐 진행되고, 조 장관은 수사의 마지막에 총정리 차원에서 한두 번 부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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