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무엇을 남겼나] <3> 시대 소명 끝난 586세대 
 보수보다 도덕적 우위라 믿었는데… 2030들 진보인사들 민낯에 절망 
 “왜 눈앞의 작은 것만 분노하나” 거대담론 강요 기성세대에 반발 
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로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입시특혜 의혹 진상 규명 촉구 3차 촛불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평등한 기회는 죽었다는 근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50대 직장인 어머니)“아들. 조국 임명 찬성 청와대 국민청원 했니?”

(20대 대학생 아들)“엄마. 저는 조국 장관 임명 반대라니까요. 부적격이라고 생각해요.”

(어머니)“그럼 야당에서 저렇게 공격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거니?”

(아들)“아니 그걸 왜 진영 싸움으로 보시는 건데요.”

(어머니)“공격하는 쪽에서 그런 의도를 가지고 하는데 맞대응을 안 하면 누구 손해겠니.”

(아들)“그렇다고 조국 후보자의 행동이 정당한 건가요. 검찰 개혁 할 사람이 꼭 조국이어야 한다는 것도 엄마 착각이에요.”

(50대 자영업자 아버지)“그럼 네가 대안을 제시해봐. 없지? 젊은 애들은 이게 문제야. 대안을 갖고 와야 비판이 먹히지.”

(아들) “대안 없다고 비판도 못 하나요.”

(아버지) “그만 하자.”

대학생 A씨는 요즘 부모님과 대화도 거의 안 할 만큼 사이가 냉랭해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두고 부모님과 몇 차례 의견 충돌이 일어났고, 아직도 그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흔히 말하는 586세대에 속하는 부모님과 어떤 사안에 대해 이번처럼 의견이 갈린 적이 없었다”며 “분명 보수, 진보로 따질 사안이 아닌 것 같은데 부모님은 진영 논리로 접근을 하시니 소통이 막혔다”고 답답해 했다.

조국 사태는 한때 사회개혁을 이끌었던 586세대가 이제 젊은 층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시각만 강요하는 기득권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줬다. 박현석 카이스트(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는 “박근혜 정부 때만 해도 20대 젊은 세대나 4050 부모 세대 상당수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공유하면서 60대 이상 소위 태극기 어르신들과 갈등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조국 국면을 거치면서 묶여있던 20대와 50대 이상 세대 일부의 분화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왜 586세대는 이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걸까.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세대별로 세상을 이해하고 현상을 해석하는 시각 차이가 존재하는데 일부 586세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의 시각만이 옳다고 고집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성세대는 전체를 묶어 바라보려는 경향이 강한 반면 20대는 부분으로 접근하려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철학자 헤겔이 말한 ‘진리는 전체다’와 또 다른 철학자 아도르노의 ‘전체는 비진리다’의 차이에 빗대었다. “(일부 기성세대는) 조국 개인의 흠결이 있더라도 검찰 개혁, 민주주의 같은 대의를 위해서 지지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20대는 편법 시비, 공정성 훼손 등 사안 하나라도 문제가 있다면 잘못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20대는 우리 사회가 정의로운가, 공정한가를 외치는데 일부 기성세대는 진보, 보수로 가르고 진영 다툼의 눈으로만 보려 한다”며 “특히 그 동안 보수 진영과 비교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믿어 왔던 진보 진영 586세대 인사들의 맨 얼굴이 드러났고 젊은 세대는 진보, 보수 상관없이 기성세대의 ‘기득권 카르텔’을 비판하는데 일부 기성세대는 문재인 정부의 명운을 말하며 정치적 사안으로만 몰고 갔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 했다”고 지적했다.

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로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입시특혜 의혹'관련 분향소가 설치돼 있다. 학생들은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숙환(위선과 편법)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많은 이들은 586세대의 반성과 인식의 전환 없이는 자칫 사회 전반에서 세대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직 교사이자 역사교육연구소장을 지낸 김육훈씨는 “저를 포함해 기성세대는 이제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세대는 과도한 경쟁에 노출됐고 죽어라 열심히 뛰지만 작은 것조차 이루기 버거워 한다”라며 “그러면서도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몸으로 배웠기 때문에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세대에게 “왜 너희는 눈앞의 작은 것에만 분노하느냐고 나무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최창열 교수는 “기성 세대는 무엇보다 먼저 젊은 세대가 가장 분노한 지점부터 하나씩 고쳐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정유라 사건을 겪으면서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던 일부 기득권 인사들 자녀에 대한 특혜가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며 “교육, 입시 관련 제도부터 기득권이 횡행할 수 없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구용 교수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젊은 세대들에게 역할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586세대가 주도하고 있는 정치권이 내년 21대 총선에서 더 많은 젊은 정치인들이 등장하고 활약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현석 교수는 “삶 속에서 부딪히는 작은 문제부터 젊은 세대와 함께 소통하며 같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 모든 문제를 기성 세대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 전 소장은 “불철저한 민주화, 신자유주의 세계화, 갈수록 심각해 지는 양극화 양상을 언급하지 않고 586책임론이나 세대론만 꺼내는 것은 핵심 문제를 은폐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세대 간 협력 가능성을 약화 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이정원ㆍ한채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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