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ㆍ특성화고 졸업생 등 ‘청년전태일’ 회원들 “공정한 사다리 만들어달라” 촉구
“흙수저 청년들의 고통을 10분의 1도 모른다”고 고백했던 조국 법무부장관이 2030 청년들을 직접 만났다. 조 장관은 자신의 자녀 입시 논란에 대해 “합법, 불법을 떠나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드린 점을 겸허히 인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뒤늦은 사과에도 ‘면피용’ ‘생색내기용’ 만남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 장관은 장관 취임 이틀째인 1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시민단체 청년전태일 회원들과 비공개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에 참석한 ‘구의역 김군’의 친구, 특성화고 졸업생, 무기계약직 치료사, 건설노동자 등 10명은 조 장관의 자녀 입시 논란으로 촉발된 청년들의 분노와 박탈감을 전달했다. 참석자들은 “돈 때문에 학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출발선이 공정한가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눴다”면서 “앞으로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대담을 마친 뒤 조 장관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면서 “하나하나가 모두 아픈 이야기였다”고 답했다.
이날 대담은 조 장관이 취임한 전날 법무부가 청년전태일에 대담 의사를 밝혀 성사됐다. 조 장관은 후보자 신분이던 지난달 말 청년전태일이 주최한 ‘조국 후보 딸과 나의 출발선은 같은가?’라는 제목의 공개대담에 초청받았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흙수저 청년세대들이 면담을 요청해 마음이 아팠다”면서 “그 청년들은 부모가 제가 아니기 때문에 제 아이가 당시 합법적이라 하더라도 누렸던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청년김태일은 대담 전 기자회견에서 “청년들이 딛고 올라갈 공정한 사다리를 함께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는 “부모의 자산과 소득에 따라 주어진 기회가 달라지고, 태어날 때부터 삶이 결정되는 사회에 대해 청년들은 분노했다”면서 “이 분노와 박탈감을 해결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 장관이 청년들과의 만남을 면피용으로 사용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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