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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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첫 마이너스(-0.04%)를 기록하는 등 앞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부른 디플레이션 공포가 우리나라에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불황 초기부터 단기 미봉책 위주의 정책 실기(失期)를 범한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한국은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하도록 경제운영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협력실장은 10일 ‘일본 사례로 본 저성장의 의미’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거품붕괴로 장기 저성장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중장기 경제운영 방향을 재설정하고 지속 성장 기반을 확보해 장기 저성장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일본의 장기불황을 유발한 요인이 단기 미봉책에 치중한 정부의 정책실패라고 분석했다. 1985년 엔화가치 절상으로 수출 부진에 빠졌던 일본 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로 경기를 부양했는데, 이후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되자 소비세와 금리를 급격히 올려 경기 과열을 막으려 했다. 앞서 급격히 늘었던 자산가치가 폭락하자 투자ㆍ소비심리가 급랭하면서 수요가 줄고, 물가가 하락해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다시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져 장기 불황에 빠져들게 됐다.

현재 한국은 거품붕괴 직전 일본과 달리 환율이 안정적이고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급격한 변동이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이 실장은 “지금처럼 경기 회복력이 약한 상황에서는 정책 실기가 장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이 유효하며, 세제 혜택 등을 통해 투자와 소비를 촉진할 필요도 있다고 봤다. 또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통상 마찰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대외 교역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와 동시에 중장기 경제운영 방향을 재설정해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성장, 분배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성장의 과실을 합리적으로 분배할 기준을 마련하고,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 파괴적 기술혁신과 인적자본의 육성 및 활용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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