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명의 담화 “美 낡은 각본 가져오면 거래 막 내릴 것”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북한이 이달 하순에 미국과 비핵화 실무협상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9일 밝혔다. 막후 실세로서 대미 실무협상을 지휘할 것으로 보이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 담화를 통해서다. 다만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나와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 부상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 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 부상은 “나는 미국 측이 조미(북미) 쌍방의 이해관계에 다 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며 “만일 미국 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 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는 지난 4월 역사적인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며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하셨다”며 “나는 그사이 미국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계산법을 찾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 부상은 또 “나는 미국에서 대조선 협상을 주도하는 고위관계자들이 최근 조미 실무협상 개최에 준비되어 있다고 거듭 공언한 데 대하여 유의하였다”고 밝혔다.

북ㆍ미 비핵화 실무협상은 애초 6월 30일 이뤄진 양측 정상 간 회동에서 합의된 것이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한미 연합 군사연습이 끝나는 대로 북ㆍ미 실무협상이 재개되기를 희망했다고 공개했다. 북한이 불만을 제기하는 데 활용한 미사일 발사 및 대남 비난의 빌미가 된 게 한미 연합지휘소연습이지만, 지난달 20일 이 연습이 끝났는데도 북한은 미국의 실무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협상 타결의 관건은 양측의 이견이 얼마나 접근하느냐다. 올 2월 28일 하노이 제2차 북ㆍ미 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폐기와 핵심 대북 제재 해제의 교환을 협상 방안으로 들고나왔지만, 미국이 영변 핵 시설을 포함한 핵 생산 시설의 완전한 동결과 비핵화 최종 상태, 나아가 거기까지 이르는 로드맵 합의를 주장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그러나 이후 북한이 제재 완화 대신 체제 안전 보장으로 비핵화 반대급부 요구를 바꿨고, 최근 미 측 북미 협상 고위급ㆍ실무 대표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각각 비핵화 상응 조치로 종전(終戰)선언 등 체제 보장 제공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양측이 물밑 접촉을 통해 타협의 단초를 찾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졌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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