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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반토막…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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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반토막…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 빨라졌다

입력
2019.09.10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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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잠재성장률 추정 결과. 그래픽=김경진 기자
한국은행의 잠재성장률 추정 결과. 그래픽=김경진 기자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종전 추정 때보다 훨씬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은은 최근의 성장세는 이처럼 낮아진 잠재성장률에도 한참 못 미치는데다, 이런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은 성장률을 잠재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부양책이, 중장기적으론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잠재력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추정’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2000년대 들어(2001~20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5년 단위로 추정한 결과다. 한은이 잠재성장률을 다시 추정해 공개한 건 2017년 8월 이래 꼭 2년 만으로, 올해 3월 통계청 장래인구 특별추계 결과와 6월 국민계정 기준연도 개편 결과가 새로 반영됐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 경제의 최대 성장능력, 다시 말해 보유 자원을 최대한 활용했을 때 유지할 수 있는 성장률을 뜻하며 노동투입, 자본투입, 총요소생산성의 3개 요소로 구분된다.

이번 재추정엔 새로운 분석 방법도 동원됐다. 종전엔 총취업자 수로만 따지던 노동투입 측정 기준에 근로시간과 노동의 질을 추가했다.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이 빠르게 줄고(노동투입 감소), 동시에 고학력 취업자 증가로 노동의 질이 개선되는(노동투입 증가)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또 잠재성장률 추정에 사용하는 경제모형을 3종에서 4종으로 늘렸다.

이 같은 분석 결과, 전반부 10년(2001~10년)의 잠재성장률은 종전 추정치보다 상향 조정된 반면 후반부 10년(2011~20년)은 보합 내지 하향 조정됐다. 첫 5년(2001~2005년)의 잠재성장률은 재추정 결과 연평균 4.8~5.2%에서 5.0~5.2%로 올랐지만 마지막 5년(2015~20년)은 오히려 2.8~2.9%에서 2.7~2.8%로 낮아진 것이다. 특히 올해와 내년은 2000년대 초반의 꼭 절반인 2.5~2.6%로 추정됐다. 2000년대 들어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란 점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낙폭이 종전 추정보다 더욱 크다는 사실을 새로 드러낸 결과다.

한은은 요인별 분석을 통해 일차적인 잠재성장률 감소 원인으로 노동과 자본 투입 증가세 둔화를 들었다. 한은 관계자는 “노동투입의 잠재성장률 기여도는 2016년 이후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데, 주로 (생산가능인구인)15세 이상 인구의 증가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3월 통계청 인구추계에선 15세 이상 인구의 정점 시기가 종전 추계보다 2년(2033→2031년) 단축됐다. 자본투입 역시 한국 경제의 성숙기 진입이라는 기조적 요인에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 규제 등의 대형 악재가 겹치며 성장잠재력을 잠식하는 형국이다.

생산인구 감소와 산업 성숙화는 거스르기 힘든 흐름이다. 때문에 잠재성장률을 유지하려면 총요소생산성 향상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필요한 구조개혁이 각종 규제와 경직된 노동시장 등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것이 한은의 진단이다.

한은은 지난해만 해도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했던 성장률이 올해 들어 잠재성장률을 상당폭 밑돌고 있으며 이런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시 말해 GDP(국내총생산)갭률(성장률-잠재성장률)이 당분간 마이너스를 지속할 거란 전망으로, 이는 기준금리 인하,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야 하는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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