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규정 어기고 5억 수령에 실적 악화 겹쳐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닛산자동차 본사. 요코하마=EPA 연합뉴스

지난해 보수 축소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된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의 축출을 주도했던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닛산자동차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사내 규정에 어긋나는 부당한 보수를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9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사이카와 사장은 최근 실적 부진, 임원 보수와 관련한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 의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사임 의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다음 세대에 최대한 빨리 바통 터치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닛산차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16일 사이카와 사장의 사임을 확정하는 한편, 내달 말까지 후임자 선출을 완료하기로 결정했다.

논란이 된 보수 부정 수령은 공교롭게 곤 전 회장과 함께 검찰수사를 받았던 그레그 켈리 전 대표이사의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다. 닛산차는 주가와 연동해 임원의 보수를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주가연동인센티브청구권(SAR)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사이카와 사장은 2013년 5월 해당 권리의 행사일이 확정됐지만, 당시 닛산차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국면에서 이를 1주일 늦춰 4,700만엔(약 5억2,000만원)을 부당하게 챙겼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켈리 전 대표이사의 진술을 바탕으로 내부조사를 벌여온 닛산차 감사위원회는 4일 사이카와 사장을 포함한 일부 임원들의 부정 수령 사실을 인정했다.

사이카와 사장은 앞서 5일 기자회견에서 사내 규정을 위반해 보수를 더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임원들도 비슷한 행위가 있었다. 곤 전 회장 체제의 방식 중 하나였다”며 곤 전 회장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 “날짜를 의도적으로 늦추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면서 “부당하게 받은 차액을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곤 전 회장 체제에서 그의 비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정작 본인도 사내 규정을 위반해 보수를 더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내 사퇴 압력을 이기지 못한 셈이다.

사이카와 사장은 지난해 11월 곤 전 회장이 검찰 체포로 해임된 이후 닛산차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경영권을 둘러싼 암투가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고, 올해 4~6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했다. 2022년까지 직원의 10%에 달하는 1만2,500명의 인원 감축을 표명하는 등 실적이 악화일로에 처한 것도 사퇴 요인으로 작용했다.

곤 전 회장은 보수 축소 혐의와 개인 비리 혐의로 일본 검찰에 의해 두 번 체포됐다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당시 사이카와 사장 등 일본인 임원들은 프랑스의 르노자동차와 닛산차 합병을 추진한 곤 전 회장의 견제를 위해 일본 정부와 검찰을 지원했다는 ‘쿠데타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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