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팬들이 지난 8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온통 축구로 돌아가는 일상이다. 연초 시즌 일정이 발표되면 다이어리에 경기 날짜를 꼼꼼하게 옮겨 적으며 새해를 시작한다. “직관(직접 관람)은 진리”라며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전 경기 출석을 목표로 전국을 누빈다. 경기가 예정된 수요일 저녁의 급작스러운 회식이나 토요일 오후의 결혼식만큼 슬픈 것도 없다. 은행 직원도 잘 모르는 ‘K리그 팬 사랑 적금’에 가입하고, 성남 FC 인턴 사원 모집 공고에 원서를 내보기도 했다. 진정한 ‘축덕(축구 덕후)’ 박태하씨의 이야기다.

‘괜찮고 괜찮을 나의 K리그’는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다 성남 FC의 열혈 팬으로 살아가는 박씨가 써 내려간, 축구를 향한 러브레터다.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야구팬’이라는 단어는 등재돼 있지만, ‘축구팬’이란 말은 없을 만큼 축구팬은 상대적으로 적고 유별나다. 국가대표팀 경기와 해외 프리미어리그를 챙겨 보며 전 국민이 축구 전문가를 자처하지만, 정작 K리그는 “재미 없다” “시간낭비”라며 거들떠 보지 않는 현실이니 그럴 만하다.

K리그에 어떤 매력이 있길래 빠져든 걸까. 저자는 축구가 지닌 ‘잠재된 공간의 미학’을 가장 먼저 꼽는다. 사람들은 보통 움직이는 공만 좇지만, 진짜 싸움은 비어 있는 공간을 두고 벌이는 공격수와 수비수의 승부란 것. “축구는 죽어 있고, 보이지 않고 잠재된 공간을 살려내고, 눈에 보이게 만들고, 활성화시켜 그곳에 숨을 불어넣으려는 스포츠다.”

게티이미지뱅크

축구는 우리의 인생과도 닮아 있다. 경기 내내 답답한 플레이를 펼치다 어쩌다 얻어걸린 한 골로 거둔 승리는 잠시의 기쁨은 줄 지 모르나, 마음 속 깊은 곳 근본적 불안은 해소하지 못한다. 반짝하는 순간만으로 삶이 나아졌다고 착각해선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평균적으로 지속 가능한 삶의 수준이며, 일희일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축구는 일깨워준다. 인내심도 기를 수 있다. 축구는 득점 빈도도 뜸하지만, 야구의 이닝, 타석, 투구처럼 작은 성취라고 할 만한 것도 적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결정적 순간을 기다리며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저자는 축구를 통해 삶에서 잘 지는 법, 희망을 놓지 않는 법도 배웠다. “내 팀이 아무리 부진해도, 사람들이 우리 리그를 아무리 폄하해도, 우리가 담대히 그것에 맞서고 서로를 소중히 지킨다면 분명 괜찮을 것이다. 우리를 괜찮지 않게 만드는 것들과 싸워가고, 상처 받아 괜찮지 않은 친구들을 감싸 안을 때, K리그는 더욱 괜찮은 리그가 될 것이고, 우리는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될 것이다.” 꼭 축구 팬이 아녀도, 속수무책으로 무언가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라면 모두 이러한 마음이지 않을까.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괜찮고 괜찮을 나의 K리그
박태하 지음
민음사 발행ㆍ364쪽ㆍ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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