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親中국가로 생존 모색하는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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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親中국가로 생존 모색하는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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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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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 방문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송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동병상련’, 중국과 북한의 요즘 처지를 일컫는 말이다. 북한과 중국 모두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서로의 필요에 의해 바짝 밀착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3차례, 올해는 2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다음달 1일 중국의 건국 70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다시 방문하면 두 정상의 만남은 6차례에 이른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일부터 사흘간 북한을 방문했다. 홍콩 시위대에 의한 반중 시위가 위험 수위를 넘고 있는 와중에 북한을 방문한 것이다. 무력 개입으로 유혈 사태가 벌어진다면 30여년 전 톈안먼 사태로 번질 우려도 있다. 홍콩 경찰의 과도한 폭력 진압 등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서 홍콩 문제에 개입하는 중국 관리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관한 법’을 표결에 부칠 태세다. 홍콩에서의 대규모 저항운동은 중국 공산당에 최대 도전 과제로 부상해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일촉즉발의 홍콩 사태를 감안하면 북중 수교 70주년을 기념하고,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왕이 부장이 북한을 방문했다는 보도는 의아스럽기만 하다. 그 진의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으나 왕이 부장의 북한 방문은 두 나라 사이에 상상 이상의 전략적 우호관계가 형성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현 단계 미중 간, 북미 간 불신 수준을 고려하면 왕이 부장이 북한을 북미 비핵화 협상테이블로 북한을 견인하기 위한 중재 역할만 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북미 간의 현격한 견해 차이를 중국의 중재에 의해 좁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은 홍콩 시위 사태, 대만에의 첨단무기 판매, 무역전쟁 등과 관련해 미국을 극도로 불신하고 있다. 북한도 사실 처지가 비슷하다. 지금의 북미 관계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기초해 나가고 있어, 최고지도자 수준에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제재 압박을 변함없이 강화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불신과 반감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들이 북중 양국을 높은 수준의 전략적 공조 속으로 떠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6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 전략적 의사소통과 교류를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위급 왕래, 인도적 역할을 통해 북중관계 발전의 새로운 설계도를 그려나가겠다고도 했다. 이미 합의한 협조 대상들을 잘 이행하고, 두 나라 민간의 친선 왕래를 확대 발전시키고, 교육, 문화, 체육, 관광, 청년, 지방, 인민생활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북중 간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 분야 등 전방위에서 교류는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중국 관광객들의 북한 방문이 급증하면서 강력한 제재로 인해 외화난에 시달리는 북한은 가뭄에 단비를 만난 상황이 되었다. 인도적 차원에서 적지 않은 식량과 연료도 북한에 지원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95%가 넘는 대중 무역의존도를 갖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 중국은 그야말로 진정한 혈맹이자 생명선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북중 밀착 관계는 북미 대화, 남북 대화에 순기능을 할까. 지금까지의 북한 태도로 봐서는 역기능을 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당국은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 취해 온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에 대한 재검토까지 언급했고,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는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협상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불가피하게 핵을 보유한 채로 중국에 경제와 안보를 의존하는 친중(親中) 국가로서 체제 생존을 모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 남북관계의 중단이 불러올 수 있는 우울한 전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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