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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 싸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배터리 소송전…미소 짓는 중국 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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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 싸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배터리 소송전…미소 짓는 중국 업체들

입력
2019.09.04 04:40
수정
2019.09.04 16: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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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이 양 그룹간 감정 싸움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LG화학이 사과와 거액의 손해배상을 전제로 한 대화를 제안하고 나섰지만, SK이노베이션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재계 3ㆍ4위 그룹 계열사인 두 회사가 싸움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중국 배터리 업계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이들만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G화학 “사과하라“ vs SK이노베이션 “사과할 이유 없다”

LG화학은 3일 입장문을 내고 “(SK이노베이션은) 본질을 호도하는 여론전을 그만두고 소송에만 성실하고 당당하게 임하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30일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LG화학 미시간, LG전자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 제소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히자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생산, 공급하고 있는 배터리가 SK이노베이션 특허를 침해하고 있어, 그 생산 방식을 바꾸기 전에는 대체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LG화학은 “당사 비방 및 여론 호도 행위를 더 묵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맞섰다.

LG화학은 이날 “대화에 응할 의사가 있다”며 갈등 봉합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조건 없는 사과 및 재발 방지, 손해배상을 약속하면 양사 최고 경영진이 대화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였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우리가) 사과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과는 물론이고, 손해배상까지 물어야 한다는 LG화학 주장을 받아들일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수차례 대화를 하자고 해도 이를 무시해왔던 게 바로 LG화학”이라고 맞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청와대에서도 양측의 화해와 중재를 위해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양측이 실상은 서로 대화로 풀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대다수의 평가다.

◇업계 “중국 업체들만 반사이익, 그룹 수장들이 만나 풀어야”

업계는 양사 다툼에 우려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호황기”라며 “소송과 다툼에 양사 실무진들이 파묻혀 있는 사이 중국 업체들이 무섭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생산하는 배터리를 장착할 전기차 시장이 내년 255만대를 넘어선 뒤 2025년에는 1,086만대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가 지금의 반도체 못지않은 ‘수출 효자’가 될 수 있는데 정작 두 회사의 갈등이 시장 확대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당장 이날 외신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를 주로 공급해왔던 아우디가 중국의 배터리생산업체인 비야디와 합작사 설립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야디는 시장 점유율 세계 3위 업체인데, 아우디뿐 아니라 일본 토요타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등 공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1위 업체인 중국 CATL 역시 내년부터 일본에 공장ㆍ발전소용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판매하기로 하는 등 공급 다변화 정책에 일찌감치 나서고 있다. ESS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주력 품목 중 하나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양사 간 합의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LG화학이 최근 막대한 소송비용을 감수해가면서 미국 로펌을 교체하는 등 이미 양쪽이 ‘끝장 대결’ 양상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두 그룹의 수장인 회장들끼리 만나 푸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양측 소송 진행 상황은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게도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제기한 ITC 소송은 내년 연말쯤 최종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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