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0.0%(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했다. 공식적으로 소수점 한자리까지 반올림한 뒤 발표해서 그렇지 정확히 계산하면 -0.038%로 마이너스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이후 8개월 연속 0%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2015년 2월부터 10개월 연속 0%를 기록한 이후 최장이다.
기획재정부는 농산품과 국제 석유류 가격 하락 등에 의한 일시적 현상으로, 과거 3년간 평균 수준으로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올랐다면 8월 물가상승률은 1% 중반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의 0%대 물가가 가계나 기업의 수요 부진에 따른 구조적 디플레이션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기재부는 또 “디플레이션에 대한 과도한 걱정은 자칫 자기실현적으로 경제 활력을 저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현재 물가를 단순히 일시적 현상으로만 보기는 힘들다. 우선 ‘GDP디플레이터’가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째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최장 기간이다. ‘GDP디플레이터‘는 일부 품목의 물가만 반영되는 소비자물가와 달리 소비 투자 순수출 등 성장률 계산에 들어가는 모든 물가가 포함된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 전반의 상황을 반영하는 물가 지표다. 우리 경제의 근간인 수출이 9개월째 감소하고, 7월 소매판매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것도 우리 경제 전반이 점점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단기간에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건설 분야 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일본이 부동산 거품 때문에 ‘잃어버린 20년’의 고통을 겪은 것을 생각하면 관련 규제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결국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과 함께 기업활동이 활발해지게 해서 ‘경제 선순환’이 다시 작동하도록 지원하는 정공법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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