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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 폐지에 기동대 차출까지 … 경찰 지구대는 ‘추석 휴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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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 폐지에 기동대 차출까지 … 경찰 지구대는 ‘추석 휴가 전쟁’

입력
2019.09.04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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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에서 의경들이 도열해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광화문 광장에서 의경들이 도열해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성동경찰서 지구대 소속 A경사는 최근 팀원들에게 점심 한 턱 냈다. 이번 추석 연휴 때 팀원 10명 가운데 홀로 휴가를 받아 고향에 내려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A경사는 “지난해 추석 땐 팀마다 최소 2명은 휴가를 낼 수 있었는데 최근엔 기동대로 차출되는 인원이 늘면서 그렇잖아도 치열한 휴가 경쟁이 더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3일 일선 경찰들 사이에선 ‘휴가 쓰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졌다’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근무표를 짜기 힘들 정도의 인력난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일단 의무경찰제가 폐지된다. 2만5,000여명에 달하는 의경을 2023년 6월까지 없앤다는 목표아래 매년 의경 정원을 20%씩 줄이고 있다. 집회ㆍ시위 관리를 비롯해 교통단속, 치안 보조 업무 등에 투입된 의경이 줄어들면서 이 업무를 이어받아야 할 경찰기동대에 비상이 걸렸다.

경찰은 올해만도 기동대 17곳을 새로 만들었고, 내년에도 18곳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하지만 기동대로 경찰관을 차출한 뒤 인력 충원이 뒤따르지 않아서 문제다. 경찰 계획에 따르면 내년까지 3,500여명(전국 기준)의 경찰관이 기동대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기동대로 사람을 몰아주니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찰서까지 나온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정원은 706명이지만 실제 인원은 690여명에 그쳤다. 서울 시내 경찰서 31곳 가운데 10여곳이 정원 미달로 추정된다.

이러니 마음 편히 휴가를 낼 수 없다. 경찰청은 휴가사용 목표일수를 전년 12.56일에서 올해 14.5일로 늘려 잡아뒀지만 일선에선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는 불만이 나온다. 한 경찰관은 “지구대일수록 인력 유출이 심하다 보니 과중해질 동료들 부담을 생각해 휴가를 쓰는 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싸이카 기동순찰대가 부산경찰청 인근에서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싸이카 기동순찰대가 부산경찰청 인근에서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휴가를 넘어 치안 업무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다. 한 경찰관은 “원래 ‘2인 1조’ 4개조 체제였는데 기동대 차출로 최근 3개조로 줄었다”며 “한 조당 업무가 늘며 5분 안에 출동하지 못하는 상황도 종종 생기다 보니 늑장 출동을 지적하는 시민들 민원도 적잖다”고 귀띔했다. 여기다 기동대엔 주로 젊은 경찰관들이 차출되는 바람에 지구대 등은 고령화되고 있다. 한 지구대 경위는 “50대인데도 지구대에서 거의 막내 축에 속한다”며 “지구대에 있던 젊은 경찰들은 씨가 마를 지경”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신입 경찰을 대거 뽑고 있다. 이달 중엔 3,000명의 신입 경찰관을 현장에 배치하고 내년 1월엔 1,800명을 추가로 투입한단 계획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과거만 해도 민생치안보다 경비에 우선 순위를 둬 경비 수요가 컸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진 만큼 경비인력을 줄이고 지역경찰 인력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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