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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지위ㆍ지소미아… 한미 갈등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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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지위ㆍ지소미아… 한미 갈등 첩첩산중

입력
2019.09.02 18:44
수정
2019.09.02 20: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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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WTO에 개정 최후 통첩… 방위비 협상도 본격 신경전 예고

11월엔 지소미아 종료 앞두고 압박 지렛대로 車관세 부과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한미간 불협화음이 커지는 상황에서 올해 연말까지 한미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폭탄급 현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러 현안에서 미국이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거나 한미간 엇박자가 두드러지면 한미 관계가 전례 없는 도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달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 지위 문제를 두고 미국이 칼을 뽑을 가능성이 커 한미관계에 불똥이 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 중국 등 부유한 국가들이 WTO의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무역을 하고 있다면서 WTO에 개도국 지위 규정을 90일 이내에 개정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10월말까지 WTO가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는 미국 입장이다. 개도국 지위를 이용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지만, 당시 지시 문서에는 한국도 개도국 혜택을 누리는 부유한 국가 중 하나로 거론됐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개도국 기준을 적용할 경우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의 개도국 지위도 박탈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한국은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으로 분류돼 관세율과 정부 보조금 등에서 혜택을 받고 있는데, 미국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농업 분야 협상으로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자동차 관세 부과 문제도 꺼지지 않은 불씨로 대기하고 있는 현안이다. 미국은 당초 5월에 무역 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자동차에 대해 최고 25%의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6개월 뒤로 연기해 11월 중순이 데드라인으로 남아 있다. 결정 유예 발표문에서 미국은 유럽연합과 일본만 협상 대상국으로 적시해 한국은 면제될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일부 외신에선 한국이 면제될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발표문에선 면제 국가가 명시되지 않았다.

특히 11월 중순은 지소미아가 최종 종료되는 시기여서 한미간 긴장이 극도로 고조될 가능성 높다. 트럼프 정부 당국자들은 지소미아가 실제 종료되는 시기가 11월 22일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그 때까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고할 것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 이를 위한 압박 지렛대로 자동차 관세 부과를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시기와 상관 없이 미국이 언제든 꺼내 들 수 있는 압박 카드로 대북 제재와 관련한 세컨더리 보이콧이 거론된다. 미국은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 및 개인에 대한 제재 리스트를 강화하면서 주로 중국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여차하면 한국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제재 위반 여부를 송곳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지난해 한국 업체의 북한산 석탄 반입이 적발됐을 당시 (미국이) 한국 국내에서 처리하라 했는데, 다시 유사 사례가 나올 경우 동맹국은 제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고 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한국 기업의 대북 제재 위반 사례를 거론하면서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만 언급해도 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지난달 북한 방문 이력자에 대해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한 무비자 입국을 제한한 것도 미국이 북한과 관련한 다양한 압박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북한 관련 정보 제공을 제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차두현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는 “미국이 겉으로는 평정을 유지하되 대북 고급 정보 제공의 양을 줄이거나 시간을 늦추는 식으로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11월 지소미아 종료 현안 뒤에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라는 또 다른 폭탄급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추석 이후부터 한미가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할 예정인데 미국의 증액 요구 수위가 워낙 높아 연말까지 접점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지소미아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소 무관심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핵심 관심 사안이어서 한미 관계에 미칠 인화성은 더욱 크다.

좀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북미 협상도 한미 관계에 파장을 미칠 중요 변수다. 북한은 올해 연말까지 미국이 계산법을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던 터라, 연말 이후 한반도 정세가 한바탕 요동을 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구도를 흔들 경우 가뜩이나 대북 접근법에서 차이를 보이는 한미간 균열 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연말로 다가갈수록 통상 문제를 시작으로 지소미아 종료, 방위비 분담금, 대북 대응을 놓고 한미 관계가 그야말로 엄중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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