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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허리케인 ‘도리안’에 벌벌 떠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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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허리케인 ‘도리안’에 벌벌 떠는 미국

입력
2019.09.02 16:20
수정
2019.09.03 00:4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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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제우주정거장(ISS)이 포착한 5등급 허리케인 도리안의 모습. EPA 연합뉴스
1일 국제우주정거장(ISS)이 포착한 5등급 허리케인 도리안의 모습. EPA 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 인근 섬나라 바하마가 5등급 허리케인 ‘도리안’의 상륙으로 패닉에 빠졌다. 1일(현지시간) 오후 바하마 아바코섬과 그레이트아바코섬에 상륙한 허리케인 도리안은 순간 최고 풍속이 시속 322㎞에 달했다. 허리케인 분류 가운데 최고인 5등급 기준(시속 253㎞ 이상의 풍속)을 크게 웃도는 ‘괴물급’으로 역대 상륙한 대서양 허리케인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도리안은 2일 오전 4등급으로 한 단계 낮아졌으나 여전히 “극히 위험한 상태”라고 CNN 방송은 전했다

도리안은 1일(현지시간) 오후 12시 40분쯤 바하마 아바코섬의 엘보 케이를 강타한 후 오후 2시 그레이트아바코섬의 마시하버 인근에 두 번째로 상륙했다. 현지에서는 강풍으로 주택 및 건물의 지붕들이 날아가고, 나무들이 쓰러지면서 전선이 끊겼으며, 자동차 등 기물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산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져 “재앙적 상황”이란 현지 보도도 나왔다. 전력과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되며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조차 힘든 실정이라고 BBC는 전했다. 국제적십자사는 최대 시속 322㎞에 달한 돌풍에 바하마 전역에서 주택 1만3,000여채가 파손ㆍ파괴됐다고 밝혔다.

도리안에 의한 첫 번째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CNN은 2일 현지 언론 바하마 프레스를 인용해 허리케인이 처음 상륙했던 아바코섬에서 8살 소년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소년의 할머니 잉그리드 매킨토시는 현지 언론에 “딸이 손자가 익사했다고 알려 왔으며 손녀 역시 실종 상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하마 당국은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았다.

바하마 인근 미국 남동부 해안지대에도 비상이 걸렸다. 시민들은 생필품 사재기를 마무리해 상점의 진열대들은 텅텅 비었고, 허리케인 진행 경로에 인접한 공항들은 상업 항공기 이착륙을 전면 금지했다. 2일 미 CNN방송은 허리케인 도리안이 플로리다주 동쪽 해안을 훑으며 북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4일쯤에는 조지아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캐롤라이나주 해안 도시들을 위협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도리안의 이동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면서 강풍 사정권에 들어가는 도시들의 피해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플로리다 주정부는 대피하는 주민들을 돕기 위해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했다. 플로리다와 노스ㆍ사우스캐롤라이나 등은 도리안이 몰고 올 강풍과 폭우에 대비해 주민 대피령을 내리는 등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2일 83만명에 이르는 해안가 주민 전원에게 강제 대피령을 내렸다. 플로리다주도 동부 해안가 인근 카운티에 강제 대피령을 발령했다. 플로리다 올랜도 멜버른 국제공항과 포트로더데일-할리우드 국제공항은 이날 정오를 기해 공항 터미널을 폐쇄하고 예정된 항공기 770여편을 취소했다.

도리안은 2005년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5등급)에 비해 폭풍의 영향권은 좁지만 순간 풍속은 더 거셌다. 카트리나는 뉴올리언스에 상륙하기 직전인 2005년 8월 28일 최고 풍속이 시속 280㎞을 기록했지만 도리안은 이미 바하마에서 이를 뛰어넘었다. 반면 기상 전문 뉴스 사이트 미국 웨더채널에 따르면 도리안은 허리케인의 영향권이 75㎞지만 카트리나 때에는 175㎞였다. 다만 허리케인의 크기와 강도는 비례하지 않는다고 웨더채널은 덧붙였다. 2005년 카트리나의 습격으로 뉴올리언스에서만 이재민 6만여명이 발생했고 사망자도 최소 1,245명에 달했다.

초대형 허리케인의 북상으로 미 남동부 지역에 비상상황이 벌어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배우 데브라 메싱 일행과 골프를 즐긴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더힐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로 복귀해 허리케인 대비 태세 점검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대신 헬기를 타고 버지니아주 스털링 골프클럽으로 날아갔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검은색 모자를 쓴 채 골프를 즐기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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