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췌장암 항암 치료를 받은 ‘미국 진보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6) 연방대법관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긴즈버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의회도서관에서 열린 전국도서관축제에 등장, “살아 있다”며 방사선 치료 이후 “매우 건강”하다고 말했다고 AP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날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 2016년 펴낸 저서 ‘내 자신의 말’을 들고 나온 긴스버그는 4,000명이 넘는 청중들에게 “여기 온 관객들은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올 초 폐암 수술을 받고 회복할 때 일부 의심자들이 “살아 있다는 사진 증거를 내놓으라”고 한 데 대한 대답으로 보인다. 긴스버그는 1999년 대장암과 2009년 췌장암에 이어 지난해 12월엔 폐암 진단까지 받았다.
긴스버그는 이어 “나는 내 길을 가고 있다”며 대법원 회기가 시작하는 10월 7일 업무에 복귀할 뜻을 분명히 했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 중 가장 좋고 힘든 일이다. 이 때문에 네 번의 암 투병 과정을 겪게 되었다”면서 “내 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어떻게든 이겨 내고 법원의 업무에 전념해야 한다. 아픔과 고통에 집중하는 대신, 단지 이 변론 요약본을 읽어야 한다는 것, 초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1993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긴즈버그의 건강은 미국 사회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연방대법원이 보수 성향 5명과 진보 성향 4명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긴즈버그 대법관까지 물러날 경우 대법원의 보수 우위가 심화될 전망이어서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긴즈버그는 투병 중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이 ‘췌장암 방사선 치료’를 발표한 지 사흘 지난 26일 뉴욕주 버펄로대학교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서의 연설을 시작으로 공식 행사를 이어 가고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