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0일 기준금리를 현행 1.50%로 유지했다. 지난달 전격적인 0.25%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한 만큼 한숨 고르며 경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경제 상황에 대한 한은의 평가는 지난달보다 더욱 심각해졌다. 이주열 총재는 ‘R(recessionㆍ경기 침체)의 공포’와 관련해 지난 22일 국회 답변 때만 해도 “근거가 없는 건 아니지만 확률은 낮다”고 했다. 반면 이번엔 “R의 공포가 부쩍 늘어났다”며 경계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은이 경제 상황을 지난달보다도 더 심각하게 보는 배경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미중 무역전쟁 상황이 예측 불가의 롤러코스터 흐름을 타고 있는 점이 꼽힌다. 당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서 미중 무역협상 재개 기대감이 되살아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우리 경제에 더 큰 그늘을 드리울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는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일부 유로존 국가의 포퓰리즘 정책, 신흥국 금융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는 상황도 악재로 꼽았다.
국내 경기 진단 역시 악화했다. 이날 발표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은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 갔다”는 지난달 결정문 내용과 달리, “소비 증가세가 약화하면서 국내 경제의 성장세 둔화 흐름이 이어졌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이 총재는 특히 한일 갈등에 대해 “분명히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국회 답변을 재확인하면서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영향을 상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상황에 대한 한은의 악화한 평가는 10월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악화하는 상황에 맞춰 돈을 더 풀겠다는 신호를 준 셈이다. 아울러 경기 부진에 맞서 내년도 예산을 513조원 규모로 늘려 잡은 정부의 이례적 재정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정책 공조’의 측면도 있다. 하지만 통화 완화와 기계적 재정 확장책만으로 위기적 상황을 극복하긴 어렵다. 특히 추가 금리인하의 경기부양 효과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많다. 결국 한은의 경제 악화 진단은 정부에 불안요인을 해소할 보다 창의적 접근법을 촉구하는 경고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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