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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은 방송계 조국” 이념 공세로 얼룩진 청문회

입력
2019.08.30 23:5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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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이념 공세로 얼룩졌다. 자유한국당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출신인 한 후보자를 “생계형 좌파”라고 몰아 붙이며 사퇴를 촉구했다. “방송계의 조국”이라는 비아냥 섞인 말도 나왔다.

30일 국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초반부터 고성이 나왔다. 작심하고 나선 한국당 의원들은 질의라기 보다는 ‘흠집내기’ 추궁에 집중했다. 윤상직 한국당 의원은 한 후보자의 민언련 공동대표 이력을 거론하며 “편향된 시각을 가진 사람은 방통위원장으로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인사청문회 막바지에 “건국일이 언제인지 아느냐”고 묻기도 했다.

박성중 의원도 한 후보자의 학생운동 전력을 문세 삼으며 “학교 다닐 때 완전 운동권 주사파였느냐”며 “나중에는 ‘생계형 좌파 변호사’로 성공해 인생역전을 했다”고 몰아붙였다. 한 후보자가 변호사로 MBC, 미디어오늘 등의 매체 사건을 수임한 걸 거론하면서다. 한 후보자는 1981년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학생운동으로 강제징집을 당한 바 있다.

딸의 특혜 장학금 의혹, 사모펀드 논란으로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이름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정용기 한국당 의원은 “요즘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한로남불’이라는 얘기도 나올 지경”이라고 깎아 내렸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도 “방송계의 조국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위험한 발언을 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방송문화진흥원(방문진) 이사 시절 MBC의 소송의 변호를 맡은 일도 도마에 올랐다. 방문진은 MBC의 대주주이며 관리ㆍ감독을 하는 기구다. 다만 이사의 변호사 겸임금지 조항은 없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한 후보자는 MBC 자문변호사로서 13년 간 61건, 최근 3년 간 15건의 소송을 수임했다”며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공세에 한 후보자는 “개인 한상혁과 방통위원장 한상혁은 다르다”며 업무에 공정성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MBC 사건 수임 논란에도 “방문진 이사를 하기 전에 맡은 사건이 이어졌거나 상고 사건이었다”며 “사건을 수임하면서 방문진 이사의 지위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사자가 아니기에 방통위원장 제척 사유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현안인 ‘가짜뉴스 규제’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방통위가 직접적으로 내용 규제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여당 의원들은 한 후보자의 적격성을 부각시키려 애썼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공정한 나라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이 방송”이라며 “후보자는 공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학생운동을 했고, 불의에 대항한 사람”이라고 치켜 세웠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도 “의지를 지켜온 분인데 일부 의원들이 이념적인 편향성,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시비를 걸고 있다”며 한국당의 주장을 맞받아쳤다.

앞서 한 후보자는 모두 발언에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은 내 삶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막중한 책임과 시대적 소명을 다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있었지만,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할 기회라 생각해 공직후보자로서 업무수행 능력과 자질을 검증 받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는 시작부터 한국당이 돌연 사임한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여야간 언쟁이 벌어졌다. 이 탓에 인사청문회 질의는 예정보다 30분 늦게 시작됐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논란 해소는커녕 의혹만 짙어지고 있다”며 “비상장주식 내부자 정보 거래 의혹 등에 대한 추가 해명이 없다면 법적 조치를 비롯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인사청문회는 자정을 20분 남기고 종료됐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김민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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