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중 바이러스 변이 최소화…올 가을 공급량 막바지 생산 한창

세계보건기구(WHO)는 올 가을ㆍ겨울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 유형을 예년보다 한달 가량 늦은 지난 3월 말 최종 발표했다. 특정 바이러스 유형(A형 H3N2)에 변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제약사들은 매년 2월 말 WHO 발표를 바탕으로 백신 제조에 들어갔는데, 올해는 다소 늦어졌다.

28일 방문한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공장 ‘엘(L)하우스’에선 WHO 발표를 반영해 만든 독감 백신을 곧 다가올 접종 시기에 맞춰 병ㆍ의원에 공급하기 위한 막바지 포장 작업이 한창이었다. 올해 국내 공급 물량 500만도즈(1도즈는 성인 1명의 1회 접종 분량) 생산은 거의 완료 단계라고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설명했다.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공장 ‘L하우스’에서 직원이 생산 중인 독감 백신을 검수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제약사들은 WHO가 유행을 예측한 독감 바이러스를 다량 키운 다음 불활성화시켜 백신을 만든다. 백신 접종으로 불활성화 바이러스를 경험해본 인체 면역체계는 실제 활성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싸워 이겨낼 수 있다. L하우스는 국내 첫 ‘세포배양’ 백신 제조 시설이다. 세포배양 방식은 갈수록 변이가 잦아지는 독감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백신 제조법으로 꼽힌다. 바이러스를 달걀(유정란)에 넣어 키우는 기존 방식과 달리 포유류 세포에서 배양하는 것이다.

김훈 SK바이오사이언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사람이 감염되는 독감 바이러스는 주로 포유류에서 유래하는데, 조류(달갈)에서 배양하면 바이러스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변이는 백신 접종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WHO가 상반기에 발표하는 유행 예상 바이러스가 하반기 실제 유행할 때 변이가 생기면 WHO 발표를 토대로 생산된 백신은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WHO 발표와 유행 바이러스가 같더라도 백신 제조에 쓰인 바이러스에서 변이가 나타나면 접종 효과는 줄어든다. H3N2는 특히 변이가 자주 생긴다. 다른 독감 바이러스 유형들은 백신 효능이 54~73%이지만, H3N2는 33%에 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공장 ‘L하우스’에서 직원들이 독감 백신 제품을 포장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접종되고 있는 백신은 독감을 포함해 총 22종이다. 그 중 원료부터 모든 생산 과정을 국산화한 건 7종뿐이다. L하우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백신 주권’ 확보다. 이를 위해 독자적인 독감 백신 생산 설비를 개발했고, 전체 생산 공정 대부분을 국산화했다. 자체 개발 설비가 지난해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에 수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생산 공정에 들어가는 주사기나 플라스틱 용기, 영양배지 등 대다수 소모품은 여전히 미국이나 유럽 제품이다. 김훈 CTO는 “주사기 하나도 바늘이 잘못되면 인체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개당 1,000원이나 주고 수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산 백신이 더 많이 개발돼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 제약 소모품 산업이 활성화할 수 있다. 김 CTO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백신을 L하우스에서 만드는 게 SK바이오사이언스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안동=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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