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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유명신협이 불법 사채알선 앞장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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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유명신협이 불법 사채알선 앞장 물의

입력
2019.09.03 04:40
수정
2019.09.0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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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사업에 대출했다 사달나자 대출담당자가 사채업자 소개… 신협은 ‘모르쇠’

신협 엠블럼.
신협 엠블럼.

대구지역 한 신용협동조합이 현행법상 금지된 불법 사채알선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채를 알선한 대출담당직원과 해당 신협은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아 피해자의 반발을 사고 있다.

A(64ㆍ섬유업)씨는 2011년 말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건축업자 B(56)씨에게 수 차례에 걸쳐 6억8,000만원을 투자했다가 모두 날렸다. 경남 거창군에 빌라를 지어 분양하면 수십억원의 수입이 예상됐고, 이익의 50%를 배당 받기로 했지만 믿었던 동업자와 대출브로커, 사채업자에게 부당하게 담보제공을 용인한 대구지역 유명 신협인 S신협 때문이다. 동업자과 대출브로커는 사업비 빼돌리기에 급급했고, 신협은 사태업자를 동원해 공사를 마친뒤 자신들의 채권만 회수해갔다. A씨가 투자한 빌라 중 일부 단지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하도급 업체들이 유치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준공 수년이 지나도록 빈집 상태다.

빌라 사업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무일푼인 B씨는 사업도 누나 명의로 했다. 이후 온갖 명목으로 자금을 빼돌렸다. 특히 문제의 S신협으로부터 기성금(공사 진척 정도에 따른 대출금으로, 공사비로 지출돼야 한다) 대출 과정에 연대보증을 쓴 대출브로커 C(49)씨가 인터넷뱅킹으로 약 3억3,600만원을 빼돌린 게 결정타였다. 이들 둘은 다른 사업체 등에 빼돌린 자금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외부투자유치와 신협대출로 공사를 완료한 뒤 준공대출로 신협대출을 막고 일반에 분양하는 식으로 사업을 마무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성금 대출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2013년 C씨의 소개로 S신협에서 수 차례에 걸쳐 기성금 12억5,000만원을 대출받았지만 제대로 공사에 쓰이지 않았다. 일부분은 B씨가 개인적으로 횡령했다. 또 브로커 C씨는 인터넷폰뱅킹으로 3억3,400만원 가량을 빼돌려 자신의 사업자금으로 지출했다. 대출 명의자인 B씨 누나는 인터넷뱅킹으로 돈을 빼돌릴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공사는 중단됐다.

다급해진 B씨는 자금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중 S신협 대출담당 권 과장의 소개로 9억원의 사채를 빌렸다. 사채꾼들은 채권확보 차원에서 B씨의 빌라사업 현장을 담보로 한 부동산 담보신탁 원부에 2순위로 등재했다. 1순위는 신협이었다.

A씨는 “대출브로커가 연대보증인으로 서게 된 것과 차주의 자금을 인터넷뱅킹으로 빼돌린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대출담당자의 묵인 내지 조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금융기관이 사채(사금융)을 알선하는 것은 관련법상 엄격히 금지된 일인데, S신협은 사채꾼을 알선했고 게다가 신협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한 부동산 담보신탁 원부에 사채업자 이름이 버젓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건물이 완공되자 은행에서 새로 받은 대출금으로 신협과 사채업자는 채권을 모두 회수했다. 반면 A씨와 하도급업체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S신협과 대출담당 권 과장, 대출브로커 등은 형사처벌은커녕 금융당국의 제재조차 피했다. 다른 대출건으로 소란을 피운 사채꾼들만 대부업법위반(무등록 등) 혐의로 가벼운 처벌을 받았을 뿐이다. 권 과장은 신협 자체 징계도 없이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신협은 직원 개인에 의한 사채알선 등의 위법행위가 벌어지면 지체없이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하는데 이마저 무시했다.

A씨는 “브로커의 불법인터넷뱅킹이나 담보신탁원부에 사채업자를 올리는 일은 신협의 묵인이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런 중차대한 일을 경영진 등 윗선이 몰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건축업자 B씨는 자기 사업체 돈을 빼돌린 브로커를 경찰에 고소했다가 무슨 이유인지 취하하는 바람에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브로커 처벌이 불가능해졌다”며 “결국 투자자의 자금회수를 방해한 배임행위에 대해 경찰에 고소했는데 무혐의로 끝났다”며 울분을 토했다.

S신협의 불법 사채알선은 B씨 사업장뿐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피해자인 나 자신이 신협으로부터 고소ㆍ고발당해 검ㆍ경 수사를 받았지만 모두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며 “이 과정에 S신협은 불법사채알선 규모가 50억원이 넘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금융기관인 신협이 불법사채를 알선해도 괜찮은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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