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고등학생 때 2주간 인턴 후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될 수 있었던 것은 ‘부당한 저자표시’에 대한 학계의 안일한 인식 탓이라는 지적이 높다. 이번 기회에 부당한 저자표시를 위조와 변조, 표절과 같은 연구부정 행위에 비해 비교적 가볍게 여기는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구부정으로 정의하는 행위는 크게 네 가지다. △없는 사실(데이터)을 만들어내는 위조 △사실(데이터)을 조작하는 변조 △표절 △부당한 저자표시다. 미국은 위조, 변조, 표절의 3가지 행위만 연구부정 행위로 정의하지만 국내는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칙’에서 모두 부당한 저자표시를 연구부정 행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부당한 저자표시는 명백한 연구부정이지만, 논문 기여도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하다 보니 조 후보자의 딸처럼 “기특하다”는 이유로 제1저자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논문에 상당한 기여를 했음에도 공저자가 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한 게 학계의 현실이다. 실제로 한국연구재단이 지난 2월 11~15일 총 2,181명의 연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114명(51.1%)의 연구자가 부당한 저자표시 행위를 심각하게 인식(심각한 편임 + 매우 심각함)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데이터 위조와 변조(365명)’, ‘표절(616명)’ 등 제시된 여러 연구부정 행위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윤소영 교육부 학술진흥과장은 부당한 저자표시와 관련해 “누구까지 저자로 끼워줄지, 저자 순서를 어떻게 할지는 관행으로 결정하다 보니 논박이 많다”고 설명했다. ‘땡스 투(Thanks to)’ 정도의 실험 보조를 했더라도 지도교수의 생각에 따라 논문 저자가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행이 영어 번역만 하는 등 연구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지 않고도 논문에 이름을 올리는 ‘선물 저자’ ‘손님 저자’를 양산하고 있는 만큼, 부당한 저자표시를 막을 제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엄창섭 대학연구윤리협의회장(고려대 의대 교수)은 “대학원 학생들 사이에서 특히 공저자 순서 등에 불만이 많다”며 “책임저자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도록 논문을 투고할 때 기여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거나 학회에서 저자에게 기여도에 대한 각서를 받도록 해 부당한 공저자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두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실장도 “대학들이 연구 활동에 대한 학내 규정을 만드는데 다소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논문을 투고할 때 소속 학교에다 공저자의 기여도를 신고하도록 하는 등 논문 작성 과정에서 일어난 현상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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