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야당에선 협정 연장으로 기울던 정부가 급선회한 건 최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을 덮기 위한 것이란 추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이 같은 야당 주장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지소미아 종료 시한은 이미 오래 전부터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간 외교안보 당국자들의 언급을 되돌아보면, 전략적 모호성 차원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을 뿐, 당국자 발언이 지소미아 종료나 연장이냐 중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는 않았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반일 여론이 커지고 있던 이달 2일 “정부는 우리에 대한 신뢰가 결여돼 있고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와 과연 민감한 군사 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게 맞는지를 포함해 종합적인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한 이후로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신중 검토’ 수준의 발언 톤을 유지했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참석 차 20일 출국하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일 장관회담이 국면 전환 계기가 될 것 같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상황이 어렵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적극 개진해야겠지만 무거운 마음을 갖고 간다”고 대답했다. 이튿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지소미아의) 전략적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면서도 “도움이 안 되면 바로 파기하면 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정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중간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며 유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지소미아 종료를 강하게 주장했던 여당 쪽 분위기가 누그러지기는 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과정을 잘 아는 한 여권 관계자는 “한때 일본이 얄미울 정도로 나와 지소미아 종료 여론이 강했는데, 문 대통령 경축사 이후 지소미아 종료가 안보 문제로 확산돼 일본 추가 조치를 부를 수 있으니 대화를 하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했다. 이 무렵 여당이 주최한 지소미아 관련 토론회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체제를 감안해 협정 틀은 유지하되 실제 정보를 교환하지 말자는 절충안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비슷한 무렵 청와대를 비롯한 외교안보라인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일본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보낸 유화 메시지에 별다른 응답이 없자 우리만 유화적으로 나가기에는 명분이 부족하고, 반일 정서가 팽배한 국민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협정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주초부터 불붙기 시작한 조 후보자 거취 같은 국내적 변수로 외교안보 사안이 급작스럽게 결론 난 것은 아니라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실제로 전날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는 지소미아 종료론(외교부ㆍ통일부)과 유지론(국방부)이 팽팽하게 맞섰고, 문재인 대통령이 1시간가량 참모들과 토의한 뒤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석현 의원은 전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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