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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금수저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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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금수저 전형

입력
2019.08.22 18:00
수정
2019.08.22 18: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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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불거진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불거진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 기자

수시모집은 정시모집 전에 대학별로 입학생을 먼저 뽑는 제도다. 수시모집이 시작된 건 본고사가 폐지된 1997학년도부터다. 수능시험 위주의 학습과 전형이 학생들의 창의력 개발을 막는다는 비판에 따라 입시제도를 바꾼 것이다. 다만 당시 수시전형을 통해 선발된 대학 신입생은 전체의 1.4%에 불과했고 전형도 주로 학교 내신성적을 반영하는 정도였다. 수시가 대폭 확대된 건 김대중 정부 때다. 이해찬 당시 교육부 장관(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 전격 추진한 ‘무시험 대학전형 교육개혁’이 분수령이 됐다.

▦ 수시가 확대되면서 전형방식도 다양화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교육인적자원부가 ‘학업성적뿐 아니라 다양한 전형자료를 심사하여 학생의 잠재력 및 소질을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도입하면서 학생의 소질과 능력을 비교과활동을 통해 평가하는 방식이 본격화했다. 현재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특기자전형과 함께 4대 수시전형의 중심전형으로 자리 잡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과거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개선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 현재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을 통한 신입생 선발 비중은 76%에 이르며, 그 중 학종 비중은 25%에 육박한다. 세칭 ‘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는 전체 입학생의 57%를 학종으로 선발할 정도다. 교과성적 외에 학생의 재능과 특기, 잠재력을 평가해 보다 다면적으로 우수 학생을 가려낼 수 있다는 기대가 학종 확산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학종에서 비교과활동에 대한 정성평가가 중시되면서 돈과 권력을 가진 부모의 자녀가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관련 스펙을 형성해 손쉽게 대입시를 치르는 비리가 빈번해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 조국 법무장관 후보는 최근 불거진 딸의 대학입시 부정 논란과 관련해 “절차적 불법이 없었다. 부정입학 보도는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고교 2학년이던 딸이 단 2주간의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활동을 통해 박사 전공자 수준의 병리학 논문의 제1 저자로 등재된 사실과 과정이 다시 한 번 금수저 전형 논란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조 후보자는 국민적 분노가 자녀 입시의 불법성 여부와 관계없이, 입만 열면 공정과 정의를 앞세웠던 자신과 자녀의 금수저 전형 행태 자체를 향하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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