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도피하다 덜미 회사대표 사기 혐의 구속·송치
언론·방송에 출연 “2중 구조 투자금 보호 장치” 홍보
고수익 유혹에 300여명 180억원 이상 피해 추정
게티이미지뱅크

‘2중 구조 투자금 보호장치’로 안전성을 높였다며 개인 투자자들을 모은 뒤 원금도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던 부동산 개인간(P2P) 투자업체 대표가 사기 등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넘겨졌다. 알려진 피해자만 300명 이상에 피해 금액은 18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0%가 넘는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투자금을 끌어 모은 후 원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혐의(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로 ‘킹펀딩’과 ‘케이엔알유니온’ 등 부동산 P2P 상품을 운영한 케이엔알홀딩스 회장 A(54)씨를 구속해 최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휴대폰을 없애고 잠적해 약 1년간 서울과 인천을 비롯해 각 지방으로 도피했지만 이달 초 잠복 중이던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이외에 나머지 피의자들을 상대로 자금 흐름 등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등에 따르면 A씨는 2017년부터 대출자를 공개한 뒤 투자금을 끌어 모으는 P2P 투자 방식뿐 아니라, 개인투자자가 조합원이 돼 직접 출자하고 투자사의 영업으로 생기는 이익을 분배 받는 ‘익명조합’ 방식으로 투자금을 유치했다. 개인의 투자 금액을 연 최대 1,000만원, 한 상품당 500만원으로 제한하는 금융위원회의 ‘P2P 가이드라인’이 2017년부터 시행됐지만 투자자들에겐 익명조합의 경우 출자한도가 없고 세율이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A씨는 언론 인터뷰는 물론 경제 관련 방송 등에도 출연해 익명조합의 안전성과 수익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2017년 9월 한 인터뷰에서는 “오랜 기간 쌓아온 부동산 투자 경험을 토대로 리스크 헷지(위험 분산)가 가능한 부동산 투자를 통해 고수익 창출을 유도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은 있으나 기존 금융시장에서 투자유치가 어려운 우수 벤처ㆍ중소기업들을 발굴해서 직접 투자하는 방식의 중장기 투자 전략을 운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수익증권 2중 지급’ ‘투자금 리스크 헷지 시스템’ 등 그럴싸한 표현들을 믿고 적게는 50만원부터 많게는 수천 만원을 A씨의 P2P 상품이나 익명조합에 투자했다.

투자 수익률 23%를 보장받고 두 차례에 걸쳐 총 6,400만원을 냈다는 정모(34)씨는 “안정성을 높였다는 언론 보도만 믿고 마음을 놓고 투자했으나 이자는커녕 원금도 건지지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피해자들은 억울한 마음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올리고 투자금 반환을 위한 민사소송까지 제기해 지난 5월 승소했지만 투자한 돈은 대부분 돌려받지 못했다.

경찰은 A씨 등의 구체적인 범행 수법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다른 부실 P2P 업체처럼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의 원금을 돌려주는 방식의 ‘폰지 사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 모임 대표 중 한 명인 심모(40)씨는 “2017년 11월 이후부터 투자자들의 원금 상환이 연체되기 시작했다”며 “P2P는 96호, 익명조합은 53호까지 상품이 나왔는데 20~25호까지는 원금을 돌려주다가, 이후 상품부터는 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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